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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아줌마] 긴 ~ 영문 브랜드가 먹히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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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캐주얼 스포츠 웨어 브랜드인 EXR이 유럽 감성의 프리미엄 진 라인을 내년 초 선보인다. 얼마 전 출정식을 했다는 그 브랜드 이름은 '드레스 투 킬(Dressed to Kill.사진)'. D2K jeans Korea(법인명) 관계자는'Dressed to kill'이 '정말 끝내주는 옷'이란 뜻으로 일상 영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정도로 옷을 아주 잘 차려입거나 비싼 옷을 입고 있을 때 주로 쓰인다는데, 스릴러 영화의 대가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1980년 작 영화 이름과도 동일하다. 한국식으로 바꿔보자면 '죽이게 옷 테 나는' 정도가 아닐까.

요새는 이름을 말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브랜드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물론 영어다.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소위 말해 프리미엄 진으로 불리는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세븐 진'이라 불리는 미국 프리미엄 진 '세븐 포 올 맨 카인드(7 for all mankind)'를 비롯해 '트루 릴리전(True Religion)' '시티즌스 오브 휴머니티(Citizens of Humanity)' '지스타(G star raw)' 등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브랜드인 지스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국 브랜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드디어 '드레스 투 킬'이라는 한국 브랜드가 나온 것이다.

삼성패션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소리 내기 편하고 짧은 음절의 작명이 아닌, 뜻을 중시하는 브랜드 작명은 전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더 이상 새로운 브랜드 이름을 찾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어차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국이나 알파벳에 익숙한 유럽인에겐 긴 이름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에서도 이런 브랜드가 잊히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연구소 관계자는 역시 한국 소비자들이 영어에 익숙해진 것을 이유로 꼽는다.

예전에는 영어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한국 브랜드는 영어를 쓸 망정 음절이 짧거나 뜻이 명확한 것을 선호했다. 그렇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사회의 글로벌화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의미를 중시하는 외국의 긴 브랜드가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애써 짧은 브랜드 이름이 필요한 시대는 갔다는 말이다. 길이가 조금 길더라도 소비자가 확실하게 인식하고 특이한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롭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패션에 있어선 일반인도 외국에서 유래한 패션 용어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발음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음절은 여전히 짧지만 뜻은 긴 브랜드 작명도 있다. LG패션의 여성복 브랜드인 '모그(MOGG)'가 그 예다. MOGG는 'MOG Generation'의 약자다. Mog의 사전적인 의미는 '조용히 전진하다'라는 뜻. 즉 '조용히 전진하는 세대'라는 말이다. LG패션의 설명에 따르면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의 디테일이 강한 여성상을 표현하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본인의 편의대로 브랜드를 변형하곤 한다. '7 for all mankind'를 그냥 '세븐 진'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그럼 'Dressed to Kill Jeans'도 '킬 진'으로 불리려나?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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