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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씨에 속았네’ 겨울잠 깬 누룩뱀, 벌써 핀 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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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평년 기온을 훌쩍 웃도는 따뜻한 날씨가 동·식물 생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2일 국립공원공단 변산반도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겨울 야생동물 관찰 중 지난 9일 내변산 와룡소 인근에서 동면을 깬 누룩뱀을 확인했다. 누룩뱀은 독이 없고, 원래 매년 4월 초 동면에서 깨어난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사무소는 “낮 기온이 높아져 일시적으로 겨울 동면 터에서 나와 일광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며 동면에서 깬 누룩뱀이 발견됐다. [사진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며 동면에서 깬 누룩뱀이 발견됐다. [사진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해당 지역의 온·습도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이날 낮 최고 8도를 기록해 이전 3일간 평균온도(1.9도)보다 6도 이상 높았다. 지난해 같은 날은 5도, 재작년은 -6도였다. 변온동물인 뱀은 외부온도에 따라 움직이며, 한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하면 동면에서 깨어난다. 권은정 변산반도국립공원 사무소 자원보전과장은 “기후 변화가 누룩뱀 생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뜻한 날씨는 봄꽃 개화 시기도 앞당겼다. 낮 기온이 20도 가까운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진 제주에서는 평년보다 3주 이상 빨리 매화가 발아했다. 발아는 식물의 눈을 보호하는 껍질이 터져 잎이나 꽃잎이 보이는 상태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제주기상청과 서귀포관측소에서 계절관측용 매화가 발아했다. 지난해보다 제주는 13일(평년보다 21일), 서귀포는 9일(평년보다 24일) 빠른 기록이다.

12일 밤 전국에 비가 내린 뒤 주말부터는 이상고온 현상이 멈춘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추워진다. 이번 비는 제주와 남해안에 천둥·번개·돌풍을 동반해 많이 내린다. 제주 남부, 경남 서부 남해안, 지리산 부근은 100㎜ 이상, 제주 산지에는 250㎜ 이상의 ‘물 폭탄’이 예상돼 대비가 필요하다.

기온은 당분간 포근하겠다. 12일 낮 최고 17도까지 올랐고, 13일도 최고기온이 8~18도, 14일에도 5~14도로 평년보다 높겠다. 다만 14일부터는 동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예보돼 시설물 관리에 유의가 필요하다. 적설량 예보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주말 시작되는 눈은 최소한 대설주의보급이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다음 주에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이 지속하면서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예상된다. 15일 최저기온은 -2~9도, 최고기온은 1~12도로 평년 수준이지만, 16일부터 최저기온이 -8도까지 떨어진다. 서해 상에서 눈 구름대가 생성되고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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