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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 9·19 군사합의 준수하고 추가 도발 단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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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 요격시스템을 포함한 국내 무기체계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왼쪽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오른쪽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배석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 요격시스템을 포함한 국내 무기체계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왼쪽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오른쪽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배석했다.[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 “다시 도발하면 합의 정지 검토” 경고

북한은 7차 핵실험 포기하고 속히 대화에 복귀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에 지시했다. 지난해 계속된 북한의 도발뿐 아니라 연초에 예상되는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우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도발에도 줄곧 저자세를 보였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분명한 원칙을 강조해 온 윤 정부의 이번 경고를 계기로 군사합의의 실질적 존속 여부는 이제 북한으로 공이 넘어간 모양새가 됐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그해 4월에 남북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군사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9·19 군사합의에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 6개 항을 담았다.

취지는 좋았지만, 북한은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먼저 위반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2019년 ‘하노이 노딜’로 불발되자 그해 11월 김 위원장은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를 맞아 완충구역인 서해 창린도에서 포병 사격을 직접 지휘해 군사합의를 처음 위반했다. 이어 2020년 5월에는 북한군이 우리 군 감시초소(GP)를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윤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비롯해 유달리 많은 미사일을 퍼부으며 군사합의 정신을 노골적으로 짓밟았다.

그런데도 지난해 윤 정부가 군사합의를 즉각 폐기하지 않은 데는 나름의 고심이 있었다. 한국이 먼저 합의 폐기를 선언할 경우 북한이 이를 구실로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강행하고, 그 책임을 오로지 한국의 군사합의 파기 때문이라고 떠넘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 발사 도발에 이어 12월 말엔 무인기(드론) 다섯 대로 한국 영공을 무단 침범하면서 윤 정부의 인내심을 재차 자극했다. 이 때문에 결국 윤 정부는 이번에 ‘다시 영토를 침범 도발하면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한다’는 강한 경고 카드를 빼 들었다.

다만 북한이 추가 도발하더라도 군사합의의 효력이 자동으로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양상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가 자칫 파국으로 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타협과 절충의 공간을 남긴 것은 유연한 조치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비례적 수준을 넘는 압도적 대응 능력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군에 주문했다. 북한은 이번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말고 도발 자체를 단념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속히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길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