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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운 걸린 2023년… 한국 야구 재도약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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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인기를 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사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BO리그 인기를 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사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명운이 걸린 2023년이 밝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따라 한국 야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 위기를 맞았다. 그 위기를 넘긴 건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이었다. 2006 WBC(4강), 2008 베이징올림픽(금메달), 2009 WBC(준우승)에서 선전을 펼치자 KBO리그 인기도 올라갔다. 10개 구단 시대가 열렸고, 연간 관중 800만명도 돌파했다. 이 시절 국제대회를 보고 야구를 시작하거나 꿈을 키운 '베이징 키즈'가 새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듯, 야구 인기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선수들의 일탈이 이어졌다. 관중 입장이 허용됐지만 올해 관중은 600만명에 그쳐 4분의 3수준에 머물렀다. 평균 시청률도 1% 아래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한국 야구를 이끌 대형 선수가 부족하다. 이정후가 지난해 사상 첫 부자 MVP에 올랐지만, 올시즌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강백호, 정우영, 고우석, 안우진 등이 간판 선수로 우뚝 섰지만 박찬호, 이대호, 추신수, 류현진, 김광현 등을 잇는 수퍼스타로 성장하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는 20대는 18%에 그쳤다. 좋아하는 국내 선수가 없다는 응답은 무려 63%나 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국제대회 부진이 컸다. 최근 두 차례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노메달(4위)에 그쳤다. 좋은 인프라와 유소년 육성 시스템, 그리고 손흥민·김민재 등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으로 붐업된 축구와 대조적이다. 축구 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 16강에 오르면서 축구 인기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

한국 야구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이정후. 연합뉴스

한국 야구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이정후. 연합뉴스

개막 직전인 3월 열리는 WBC 성적은 프로야구 인기에 직결될 수 밖에 없다. 예년에 비해 하위권 팀들이 전력보강을 열심히 하면서 팀간 전력차도 줄어 흥행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자배구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신규 팬 영입에는 국제대회만큼 좋은 발판이 없다. 베이징 키즈 이후 새로운 유망주들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진운은 나쁘지 않다. 5개 팀이 풀리그를 펼치는 1라운드(상위 2개팀 8강 진출)에서 일본, 호주, 중국, 체코를 만난다. 호주만 이기면 8강 진출은 확정적이다. 흥행 카드인 한·일전도 최소한 한 경기 이상 열린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한 최정예 멤버로 팀을 구성한다. 4강에 간다면 클레이턴 커쇼, 마이크 트라우트 등 최고 수준의 팀을 꾸린 미국과 대결할 수도 있다.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기회다. KBO는 리그 중단 없이 23세 이하 젊은 선수 위주로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병역 면제의 수단으로 여겨져 청문회까지 열렸던 과거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만큼 금메달을 따긴 어려워졌지만, 새로운 스타 탄생의 가능성이 있다. 야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지울 수 있다.

허구연 KBO 총재는 1일 신년사에서 "2023년은 3월 WBC와 9월 아시안게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까지 다양한 국제대회가 열린다. 우수선수 발굴과 철저한 전력분석으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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