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도덕률」제시 계도 힘써야-박삼중<교도소 교화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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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사회의 윤리적 타락이 현저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종교인들은 우려와 함께 도덕성회복을 위한 종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일가족 생매장사건 등을 보고 교도소교화에 힘써왔던 박삼중스님·문장식목사가 건전 사회·범죄추방 등을 위한 제언이 담긴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요즘 나는 매우 부끄럽다. 승려생활 33년 동안 요즘처럼 승복입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없었다. 그것도 교도소 재소자 교화에 제법 알려져 있다고 하는 나 자신이 최근 일어난 일련의 강력 사건들을 보면서 이렇게 무력감에 빠지고 있다.
사랑을 그 근본으로 하고있는 종교가 그 사람의 힘으로 우리 모두에게 참 도덕률의 척도를 제시하고 있는지 종교인들은 생각해야 한다.
사회 제반의 도덕률을 회생시키는 운동이 거국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사회 모든 부문에서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위해 종교인은 노력해야 한다.
자숙하는 종교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최근 일어난 전과5∼8범의30대 초반 범인들이 저지른 경기도 양평 일가족 생매장살해사건은 저항할 수도 없는 노약자와 어린이까지「범행은폐」를 위해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점에서 전율을 뛰어넘어 허탈에 빠지게 하는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가 극악무도한 살인범죄에 너무도 무방비 상태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단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고통을 느낀다. 인간이하의 살상행위를 한 그들을 또 만나야 하는 고통을 느낀다. 그들이 교화불능 상태이리라 미리 절망하기도 한다. 그런 극단까지 가게 한 모든 잘못은 미리 교화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라고도 생각한다. 또한 그들을 무방비상태로 사회에 다시 내보낸 당국과 사회 전체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 그들 모두 전과자였으니 재소기간 중 교화만 잘했어도 이런 끔찍한 살상행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범죄예방은 정책적 차원에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빈부격차, 부의 과시풍조, 향락주의, 노동경시, 도덕률의 잣대 부족 등이 사회전반에 어둡게 깔려있는 것에서 범죄는 싹튼다.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적과의 전쟁인가. 그들에게 극단적인「낭떠러지 심리 이를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절망한 그들은 더 극한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다. 법을 집행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정부라 하더라도 관용의 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계도와 교화에 힘써야 한다.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예방조치와 함께 범죄를 이 사회에서 몰아내기 위해 전 사회구성원들의 협조와 도덕 재무장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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