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통화해도 내 번호 모른다…사업자가 안심번호 전송

서울시민이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A씨는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서 택시를 호출했다. 호출 구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본인 스마트폰 앱으로 전화가 왔다. 이에 택시 기사에게 위치를 설명하고 차에 탔다. A씨는 "택시 기사와 통화하면서 내 전화번호가 기사 전화기에 기록된 건 아닌지 걱정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호출했다가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하는 소비자를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택시 중개 플랫폼의 개인정보 처리 현황을 분석했다. 개보위는 지난 28일 전체회의에서 그 결과를 보고했다.

모빌리티 분야 개인정보 처리환경 분석 결과

택시 호출 서비스 단계별 전달 및 조회되는 개인정보. 그래픽 김주원 기자

개보위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요 택시 플랫폼 사업자는 고객 개인정보를 택시 기사에게 노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보위는 우선 카카오T·UT·i.M·반반택시 등 4개 택시 중개플랫폼 사업자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분석했다. 이들은 앱 상에서 소비자가 택시를 호출하면, 일단 택시 승객 이름·연락처·위치정보 등을 모빌리티 플랫폼에 저장했다.

하지만 사업자는 이들 정보를 택시 기사에게 주지는 않았다. 안심번호와 호출정보 등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정보만 전송했다. 안심번호는 가상 전화번호다. 호출정보는 택시 출·도착지 위치정보 등 택시운행에 필요한 정보다.

택시 기사가 호출을 받으면 모빌리티 플랫폼은 기사 이름, 사진과 차량, 위치정보를 승객에게 보낸다. 이후 기사가 승객을 찾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승객 전화기에 기사 전화번호는 노출되지 않는다. 자동으로 발신번호표시제한 기능을 적용하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서 개인정보 ‘안전’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를 이용해 호출이 가능한 택시. 연합뉴스

또 운행 완료 후 택시기사가 앱 등을 통해 운행 이력을 확인해도 출·도착지, 승·하차 시각, 결제내용 외에 개인정보는 표시되지 않는다고 개보위측은 전했다. 즉, 다음에 택시 운전기사가 '흑심'을 품더라도, 개인적으로 A 씨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물론 하차 이후에도 택시 승객 개인정보는 모빌리티 플랫폼에는 남아 있다. 분실물·민원 처리 등 향후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다. 일부 플랫폼은 이름 대신 승객이 닉네임을 지정하도록 설정했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카카오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택시 플랫폼은 승객의 택시 이용 정보를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보관하다 파기한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해숙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3팀장은 “승객 이름·연락처 등 개인정보는 택시 호출 플랫폼 회원에서 탈퇴할 때까지 보관하지만, 승객이 특정 택시에 탑승했다는 운행기록은 전자상거래법상 5년 동안 보관하고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양청삼개보위 조사조정국장은 “모빌리티 플랫폼의 개인정보 처리 흐름이 오픈마켓·주문배달보다 단순하고,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우수사례를 알리고 사업자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