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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한반도 탈피…‘인도·태평양 전략’ 첫 공식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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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진 외교부 장관(앞줄 왼쪽 넷째)이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한국의 첫 인도·태평양 전략이 “우리나라 외교정책 역사의 분수령”이라며 “한국은 전략적인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앞줄 왼쪽 넷째)이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한국의 첫 인도·태평양 전략이 “우리나라 외교정책 역사의 분수령”이라며 “한국은 전략적인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28일 한국의 전략적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한 ‘인도·태평양(인·태)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인·태 전략이 특정국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는 적대적 움직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환영한 반면, 중국은 견제 의사를 밝혔다.

정부의 인·태 전략은 ‘3대 비전, 3대 원칙, 9개 과제’로 구성됐다. 먼저 자유·평화·번영을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 온 ‘가치 외교’와 일맥상통한다. 3대 원칙으로는 포용·신뢰·호혜가 제시됐다. 9대 중점 추진 과제는 국제사회 속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가치 중심의 과제와 한국이 추구해야 할 외교적 목표를 담은 국익 중심의 과제를 아우른다. ▶규범·규칙 기반 국제질서 구축 ▶법치주의·인권 증진 협력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등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국판 인·태 전략을 “우리나라 외교 정책 역사의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인·태 전략엔 북한 문제를 중심에 두고 외교 전략을 구상해 글로벌 이슈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모습에서 탈피해 국제사회 움직임을 주도하는 선도 국가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박 장관은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며 한반도 문제에만 주력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인·태 전략을 통해 한국의 전략적 지평은 한반도를 넘어 설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인·태 전략은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정부는 보고서에 중국을 ‘주요 협력 국가’로 정의하고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고 명시했다. 외교부는 중국의 우려 등을 고려해 전략 성안 과정에서 중국 측과 소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보고서 곳곳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내세워 온 예민한 내용이 담겼다.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또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비판하는 표현으로 읽힐 수 있다. 또 양안(兩岸, 중국·대만) 갈등의 최전선에 놓인 대만해협에 대해 “평화와 안정”을 강조한 것도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인·태 전략이 한국의 외교 전략이면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의 핵심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한국이 역내 안보와 번영에 대한 우리 공동의 약속을 반영함으로써 새로운 인·태 전략을 채택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 전략은 법치주의와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려는 윤 대통령과 한국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판 인·태 전략에 대해 “각국은 단결·협력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는 데 더불어 힘써야 한다”며 “배타적인 소그룹에 의지하는 데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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