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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쓰나미에 기업 60% 스톱…한달간 조기 춘절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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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 기차역 대합실에서 다음 달 22일인 춘절(중국 설)에 앞서 미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귀성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쓰나미’로 일손이 부족한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다음 달 말까지 한 달간 설 휴가에 들어간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 기차역 대합실에서 다음 달 22일인 춘절(중국 설)에 앞서 미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귀성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쓰나미’로 일손이 부족한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다음 달 말까지 한 달간 설 휴가에 들어간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쓰나미’에 공장을 돌릴 일손과 주문이 급감하면서 사상 최장기 춘절(중국설) 휴가가 임박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26일 보도했다. 광둥(廣東)·저장(浙江)·산둥(山東)성 등의 기업 중 약 60%가 이달 말 가동을 멈추고 다음 달 말까지 조기 설 휴가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7일 방역 완화 10개조 발표 이후 25일까지 약 4억 명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현장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상하이시 정부는 팔을 걷고 나섰다. 상하이 인민정부 판공청은 25일부터 2023년 1월 27일까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우편 택배 직원의 출근율을 높이기 위해 근무자에게 하루 60위안(1만1000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신정과 춘절 근무자에게는 하루 150위안(2만7000원)을 지급한다. 재원은 시와 구(區) 정부가 공동 부담하도록 했다.

당국 “노동력 확보” 귀성 비용 50% 지원

확진자 중 무증상 환자나 증상이 경미할 경우에는 코로나19 방호를 전제로 출근해 근무하도록 권장했다. 노동력 유출과 미귀환에 따른 일손 부족을 막기 위해 연휴를 상하이에서 보낼 경우에는 선물이나 영화표, 유명 관광지 입장권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 연휴 후 상하이 복귀를 위해 내년 1월 28일부터 2월 5일까지 전세 귀성 차량 비용의 50%를 정부가 지원한다.

확진자 쓰나미는 중국의 수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쉬팡펑(徐方鵬) 중국·멕시코무역유한공사 대표는 “해마다 연말이면 수출 제품 납기가 모두 불안정하지만 코로나 영향을 받은 올해 상황은 특히 엄중하다”며 “23일까지 해외 고객에게 납품할 트레일러 2개 분량의 주문을 수주한 전국 7개 도시 공급상이 모두 연기를 통보해왔다”고 경제지 차이신(財新)에 말했다.

중국에서 지난 7일 이후 4억 명이 감염됐다는 26일자 홍콩 성도일보 1면. [성도일보 캡처]

중국에서 지난 7일 이후 4억 명이 감염됐다는 26일자 홍콩 성도일보 1면. [성도일보 캡처]

설 연휴 기간 있곤 했던 물류 중단도 앞당겨졌다. 내수에 민감한 중국 페인트 업계의 한 커뮤니티에는 “최근 각지에서 물류가 멈춰 배송 일시 보장이 어려워지고 귀향 인파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다. 조기 연휴 이유로 주문이 없고 공사장도 완전히 가동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각지 물류가 코로나 확진 영향을 받아 절반 가까이 중단됐다”는 긴급 통보문이 게시됐다. 광저우의 한 물류 기업은 내년 1월 1일부터 30일까지 설 휴가에 들어간다는 통지를 올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12월 들어 확진자 급증으로 중국의 인구 이동과 소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2일 베이징 지하철 이용자는 360만 명으로 2019년 같은 날보다 70% 감소했다. 이달 교통 혼잡도는 2021년 1월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충칭·광저우·상하이·톈진·우한 등 다른 대도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으로 올해 급증했던 자동차 판매도 11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달 1~20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27% 가까이 감소한 것은 스마트폰 등 전 세계 업계 불황으로 하락세를 이어온 중국 반도체 수요가 약세임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베이징지하철 이용, 3년전보다 70% 감소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은 이미 지난 주말 가동을 멈췄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 내부 통지와 복수의 소식통 전언을 근거로 테슬라 상하이 공장이 지난 24일 토요 근무를 취소하고 직원에게 휴가를 통보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달 마지막 주 생산을 잠시 중단할 예정이었던 테슬라 상하이 공장이 휴가를 앞당긴 셈이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테슬라 공장과 협력업체 직원 상당수의 코로나19 감염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테슬라의 세계 2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 불황과 연말 보조금 중단에 따른 재고 증가도 공장을 멈춘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미국에선 테슬라 전기차의 품질 논란도 빚어졌다. 미 유명 라디오 진행자 도미닉 나티는 자신의 테슬라S 차량의 충전이 먹통이 됐다는 사연을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에 올렸다. 나티는 “23일 배터리가 40%까지 떨어져 테슬라S를 급속 충전(슈퍼차저)에 연결했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잇따른 악재에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지난 23일 123.15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가(407.36 달러)와 비교하면 70% 폭락했다.

한편 코로나 확진자 폭증에 감염됐던 사람을 우선 고용하려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중국 공산당 사법 기관지 법치일보 등에 따르면 감염 급증으로 많은 기업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베이징시, 허베이(河北)·장쑤(江蘇)·간쑤(甘肅)성 등에서 ‘코로나 회복자 우선 채용’, ‘양성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 우대’ 등의 문구를 내건 구인 광고 기업이 늘었다. 신문은 베이징의 한 외식 산업 그룹이 직원 300명을 모집하는 광고에 ‘코로나에서 회복한 사람 우대’, ‘오미크론 감염 후 회복한 사람 지원 환영’이란 문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에 감염돼 항체가 생기면 수개월은 재감염이 없거나 경미한 증상으로 끝난다고 믿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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