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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통령 관저 100m 내 모든 집회 금지는 과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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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헌법재판소가 22일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는 옥외 집회·시위를 예외 없이 금지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는 이유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지만, 즉각 효력 정지로 빚어질 수 있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국회가 법을 개정할 시간을 벌어주는 결정이다. 헌재는 이법의 개정 시한을 2024년 5월 31일로 정했다. 그때까지는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시위는 일단 금지된다. 만약 국회가 헌재가 정한 시한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은 사라진다.

이 사건은 청구인 A씨가 2017년 8월 7일 청와대 경계지점으로부터 약 68m 떨어진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 노상에서 옥외집회를 주최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기소되며 시작됐다. A씨는 재판 중 집시법 11조 2호 ‘대통령 관저’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9년 1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의 주최 금지나,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 지정 등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의 일부 집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더라도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며 “막연히 폭력·불법·돌발적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만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돼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민이 집회를 통해 대통령에 의견을 표명하려는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은 가장 효과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의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건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 부분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대통령 관저’에 대통령의 집무실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했다. 이 사건 청구 당시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청와대라는 공간으로 묶여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청와대를 떠나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논쟁거리가 됐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현 대통령 집무실인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집회를 금지해선 안 된다는 해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와 별도로 국회에는 100m 이내 집회 금지 장소에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개정안 속 집회 금지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까지 추가되면서 논란이 됐다. 다만, 이번 결정은 대통령 집무실이나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집회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경찰 지휘규칙’ 권한쟁의 심판 각하=헌재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근거가 된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경찰 지휘규칙)’ 제정 과정이 위헌이라는 국가경찰위원회(위원장 김호철)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경찰위가 권한쟁의 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2일 헌재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능력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에 한정해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률에 따라 설치된 청구인(경찰위)에게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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