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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탄 열차서 비명, 숨 가빠왔다"…폭설 속 고통의 출근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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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에 거주하는 김원희(38)씨는 21일 오전 7시50분쯤 출근을 위해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의 풍무역으로 갔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폭설로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서 50분 정도 기다린 8시40분에야 겨우 열차를 탈 수 있었다”며 “김포공항역까지 이동하는 동안 열차 안은 극도로 혼잡해서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명사고가 날 것 같아 두려웠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폭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출근길 곳곳에서 혼란이 생겼다. 경기 김포에서는 김포골드라인 운행이 지연돼 이용객이 몰려 승객 1명이 호흡곤란에 의식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장갑과 패딩을 입고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빙판이 된 골목길에서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수도권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수도권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뉴스1

골드라인 이용객 1명 호흡곤란에 병원 이송

평소 승객이 몰리는 김포도시철도는 이날 폭설로 인해 지연운행됐다. 사진 독자

평소 승객이 몰리는 김포도시철도는 이날 폭설로 인해 지연운행됐다. 사진 독자

이날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한 김포 시민들은 어느 때보다 고된 출근길에 나서야 했다. 김포골드라인, 김포시 등에 따르면 폭설로 인한 전원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쯤 양촌역 차량기지에 있던 전동차 5편성이 노선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선 운행 전동차가 기존 21편성에서 16편성으로 줄고, 배차 간격이 기존 3분30초에서 4분가량으로 늘어났다.

김포시는 이날 폭설로 인해 김포도시철도가 지연운행된다고 공지했다. 사진 독자

김포시는 이날 폭설로 인해 김포도시철도가 지연운행된다고 공지했다. 사진 독자

전동차 도착이 늦어지면서 승객들이 적체됐고 역사와 전동차의 혼잡도가 더 심해졌다는 게 이용객들의 설명이다. 특히 풍무역은 승강장부터 사람들로 가득 차 연결된 이동통로와 계단까지 줄이 길게 이어질 정도였다. 강민경(41)씨는 “간신히 열차에 탄 뒤에도 많은 사람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와 비명을 들어야 했다”며 “평소보다 심한 밀집도에 숨이 가빠오고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북새통에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8시 승객이 몰린 김포골드라인 전동차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김포공항역의 역무원이 소방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설에 미끄러질까 ‘거북이걸음’ 출근

새벽부터 내린 눈으로 길이 얼어붙으면서 수도권 시민들의 출근길은 험난했다. 지하철에는 오전 일찍부터 사람이 몰리고, 도로 곳곳에서는 정체가 잇따랐다. 상인들은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분주했다. 시민들은 많은 눈에 우산을 쓰거나 외투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거북이걸음으로 걸어갔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정소현(29)씨는 “집에서 버스타러 가는 길이 경사가 있는 골목길인데, 조심하면서 걸어갔는데도 넘어졌다”며 “넘어진 곳이 아파서 점심시간에 병원에 가야하나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평소보다 서둘러 집을 나서며, 버스 대신 지하철을 선택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상암으로 출근하는 신모(29)씨는 “15분 일찍 출근했는데도 정시 딱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다”며 “회사에는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지만, 막힐까봐 2번 환승해야 하는 지하철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쌓인 눈에 자가용 출근길을 포기한 직장인들도 많았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양모(33)씨는 “간밤에 자동차 위에 쌓인 눈이 한 뼘은 족히 돼 보여 큰길로 나가 택시를 탔다”며 “은행 개점 30분 전엔 도착해야 했는데 15분 거리를 40분 걸려서 갔다”고 토로했다.

피치 못하게 차를 끌고 나선 직장인들은 빙판길에 덜덜 떨며 핸들을 움켜쥐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정모(35)씨는 “골목길은 제대로 제설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핸들이 헛돌기도 해 긴장하며 운전했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중부 대부분 지역과 경상도 일부 지역, 제주도 산지에 대설특보가 발효돼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밤 11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에 돌입하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서울시는 출근길 교통 혼잡에 대비해 대중교통 집중 배차 시간을 기존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까지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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