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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 핵공격 핵심자산…북, 남한 핵타격 노골적 위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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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지난 18일 정찰위성 최종 시험을 위해 시험품을 실어 발사한 로켓.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18일 정찰위성 최종 시험을 위해 시험품을 실어 발사한 로켓.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내년 4월 발사를 목표로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채택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5대 핵심 과제 중 극초음속 미사일(2022년 1월 성공 주장),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2022년 12월 16일 엔진 시험)에 이어 18일 정찰위성 개발 성과를 공개한 것이다. 남은 건 핵추진 잠수함 및 수중발사 전략 핵무기와 무인정찰기 개발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국가우주개발국이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은 “이번 중요 시험이 위성 촬영 및 자료전송계통과 지상관제체계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기본 목적을 두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위성 시험품을 운반체에 탑재해 고도 500㎞까지 고각 발사시킨 후 우주 환경을 모의한 최적한 환경에서, 각종 촬영 조종지령(명령)과 자세 조종지령을 비롯한 지상관제의 믿음성(신뢰도)을 확증하면서 자료 전송장치들의 처리능력과 안전성 정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이 정한 스케줄대로 국방력을 차근차근 고도화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얻는 제재 완화보다 국방력 증대를 통한 협상력 강화, 강 대 강 원칙에 따른 대미·대남 압박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강 대미·대남 압박하겠다는 것”

북한은 이날 위성 시험품에서 촬영한 흑백사진 2장을 공개했다. 북한 주장에 따르면 20m 분해능(상을 식별하는 능력) 시험용 전색(컬러)촬영기 1대와 다(멀티)스펙트럼 촬영기 2대 등을 통해서다. 사진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비롯해 한강 교량,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 등이 담겨 있다.

북한이 지난 18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19일 공개한 흑백사진 2장엔 서울(오른쪽 사진)과 인천 일대가 담겨 있다. 사진을 확대하면 서울 용산 대통령실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진의 해상도가 정찰위성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18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19일 공개한 흑백사진 2장엔 서울(오른쪽 사진)과 인천 일대가 담겨 있다. 사진을 확대하면 서울 용산 대통령실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진의 해상도가 정찰위성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2012년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광명성 4호를 궤도에 진입(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확인)시켰으나 지상 관측영상을 공개하거나 위성과 지상 기지국 간 신호 송수신 사례가 없어 ‘우주 쓰레기’를 궤도상에 올린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일단 공개된 위성사진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위성을 쏘아 올려 남한을 촬영한 이미지를 보여준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요즘 정찰위성은 분해능이 0.5m는 돼야 하며 대학에서도 1m 위성을 만든다. 20m라면 군사 및 정찰위성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의 정찰위성은 지상의 차량 번호판을 식별할 정도의 고해상도 영상정보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내 기술진이 독자 개발해 지난해 3월 궤도에 안착시킨 차세대 중형위성 1호에는 해상도 흑백 0.5m, 컬러 2.0m급 광학카메라 등이 탑재돼 있다.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날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군 안팎에선 내년 김일성 생일(4월 15일·태양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 12일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선전을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인 20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과학기술 위성 발사’ 교시를 완수한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과 일본 지역, 태평양상에서의 미 제국주의 침략 군대와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핵 공격을 위한 감시·정찰(ISR) 역량의 핵심 자산이 정찰위성인 만큼 북한은 사활을 걸고 정찰위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남한 어디를 전술핵으로 타격할지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정찰위성 발사의 최종 관문 공정을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내년 4월 제 기능을 하는 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릴 실력은 갖췄지만, 위성 궤도에서 목표 위치로 정확히 이동하고 지상에서 위성을 제어·관제하기 위해선 고난도 기술과 첨단 장비가 필요한데 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하3호와 다른 처음 보는 발사체 공개

군 당국은 이날도 북한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두 발을 발사했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탐지 제원을 바탕으로 어제(18일) 발사한 것은 MRBM이라는 한·미 정보 당국의 평가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발사체 아랫부분에 안정화 날개를 갖춘 것은 전형적인 위성 발사체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체는 2012년과 2016년 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한 은하 3호나 광명성호와는 모양이 전혀 달랐고, 과거 공개된 적도 없다. 전문가들은 노동미사일 개량형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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