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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16강 멤버 본 2022…"카타르 16강, 손흥민 득점왕 쾌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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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를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손흥민. 연합뉴스

한국 축구를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손흥민. 연합뉴스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멤버인 김형일 JTBC 해설위원. 피주영 기자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멤버인 김형일 JTBC 해설위원. 피주영 기자

 2022년은 안방에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2002년 만큼이나 한국 축구에 의미 있는 해다.

한국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쾌거다.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이다. 당초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거라고 예상한 외신과 베팅업체는 거의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같은 조의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 등에 비해 객관적 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이 월드컵 개막 직전 왼쪽 안와 골절상을 입으면서 한국의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는 평가였다.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달 2일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강하게 충돌해 교체 아웃됐다. 이후 수술대에 올랐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손흥민이 최소 한 달은 쉬어야 한다며 그의 월드컵 도전은 무리라고 진단했다. 손흥민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벤투호에 합류했다. 한국이 치른 조별리그와 16강전 등 네 경기에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선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 후 예리한 패스로 황희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2-1 극적 역전승을 이끌었다.

비록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는 1-4로 대패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안정적인 축구로 세계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0-0무), 우승 후보였던 포르투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일본과 함께 아시아 돌풍을 이끌었다. 김형일 JTBC 해설위원은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한 건 한국 축구의 국제무대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라면서 "올해 한국 축구에 일어난 일 중 가장 인상 깊고 기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은 2022년 한국 축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다. 뉴스1

월드컵 16강 진출은 2022년 한국 축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다. 뉴스1

손흥민의 EPL 득점왕 등극은 2022년 한국 축구의 또 다른 경사다. EPA=연합뉴스

손흥민의 EPL 득점왕 등극은 2022년 한국 축구의 또 다른 경사다. EPA=연합뉴스

올해는 월드컵 16강에 버금갈 만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손흥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등극이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지난 5월 끝난 2021~22시즌 EPL에서 23골을 터뜨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다. EPL은 유럽에서도 정상급 선수들이 경쟁하는 리그다. 아시아 선수가 EPL 득점왕을 차지한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잉글랜드를 비롯해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5대 빅리그로 범위를 넓혀도 아시아인이 득점왕에 오른 것은 손흥민이 최초다. 손흥민은 시즌 전반기 종아리와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 여파로 8골에 머물렀지만, 후반기 '폭풍 골'을 몰아치며 대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은 또 2020~21시즌 작성한 자신의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17골) 기록을 갈아 치웠다. 1985~86시즌 독일 레버쿠젠 소속으로 17골을 넣은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을 넘어 '한국 선수 단일 시즌 유럽 리그 최다 득점자' 타이틀을 갖게 됐다. 김 위원은 "손흥민은 한국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유럽 정상급 골잡이도 득점왕을 차지하는 건 쉽지 않다. 아시아 선수가 압도적 피지컬과 스피드를 갖춘 유럽 수비수를 뚫고 득점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2010년 바르셀로나 방한 경기 당시 리오넬 메시(오른쪽 둘째)의 돌파를 저지하는 김형일(가운데). [중앙포토]

2010년 바르셀로나 방한 경기 당시 리오넬 메시(오른쪽 둘째)의 돌파를 저지하는 김형일(가운데). [중앙포토]

김형일 위원은 "한국의 16강 진출 확정 순간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김형일 위원은 "한국의 16강 진출 확정 순간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그러면서 "낯선 무대는 어렵다. 나도 해설하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 잘하기 위해 스피치 레슨, 자료 통째로 외우기는 기본 심지어 혀에 칼(설소대 수술)까지 댔다"면서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EPL에 처음 왔을 때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겠나. 편견과 경쟁을 이겨내고 정상에 선 건 인간 승리"라고 칭찬했다. 그는 또 "아쉬운 건 절정의 컨디션을 가진 상태에서 손흥민이 부상 없이 월드컵에 참가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한국은 더 높은 곳도 노려 볼만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따,

한국 축구는 2023년에도 쉼 없이 달린다. 대표팀엔 벤투 감독을 이을 새로운 사령탑이 선임될 예정이다. 차기 감독은 내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을 이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 위원은 "내년도 올해처럼 풍성한 결실을 거두는 해가 되길 바란다. 이 모든 건 팬들의 격려와 응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처럼 모두가 함께 뛴다면 못 이룰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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