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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차'에 빠진 중국 MZ세대, 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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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만난 친부모와 18년을 키워준 양부모

[사진 소후]

[사진 소후]

분명 '해피 엔딩'이었다. 22살 웨이줘(衛卓)는 4살 때 부모가 운영하던 후베이(湖北)성의 식당 앞에서 유괴당했고, 그로부터 18년 뒤 친부모를 만났다.

그러나 현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광둥(廣東)성에서 그를 키워준 양부모가 있었다.

제가 이렇게 하면 양부모님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요? (我這樣做是不是真的傷害到他們?)

[사진 소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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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차' 4회에 달린 실시간 댓글 [사진 1905전영망]

'인생 2회차' 4회에 달린 실시간 댓글 [사진 1905전영망]

중국 관영 매체 CCTV(央視網)와 중국 OTT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가 공동 제작한 인문 다큐멘터리 ‘인생 2회차(人生第二次, Second Life)’는 감동적인 가족 상봉 이후의 현실에 주목했다. 18년 만에 만난 친부모와 18년을 키워준 양부모 사이에서 웨이줘는 큰 혼란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비리비리의 탄모(彈幕, 동영상 실시간 댓글)에서는 ‘너는 틀리지 않았어’, ‘잘하고 있어’ 등 네티즌들의 응원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 1905전영망]

[사진 1905전영망]

이 밖에도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허화지에(何華傑)가 사고 후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여행에 떠났고, 24살의 리팅(李婷)은 ‘앉아서 일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IT 사무직에 도전했다.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8부작 다큐멘터리 ‘인생 2회차’는 비리비리에서 올해 5월 첫 공개 이후 두 달 만에 총 3200만 뷰를 기록했고, 15만 개의 실시간 댓글이 달렸다.

중국 MZ세대, 다큐에 빠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비리비리가 10·2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인생 2회차’는 전체 시청자의 무려 82.7%가 35세 이하다.

'2022년 젊은 다큐멘터리 시청자 조사 연구 보고(2022年紀錄片年輕用戶調研報告)' [사진 이언]

'2022년 젊은 다큐멘터리 시청자 조사 연구 보고(2022年紀錄片年輕用戶調研報告)' [사진 이언]

최근 중국에서 다큐멘터리가 90년대생, 0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젊은 시청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미디어 리서치 업체 이언(藝恩)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54.7%는 최근 다큐멘터리 시청 빈도가 늘어났으며, 이들이 이전보다 다큐멘터리를 더 많이 시청하는 이유로는 ‘배움에 대한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반년 내 4편 이상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6%에 달했다.

젊은 세대가 다큐멘터리를 보는 가장 큰 원인은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무려 전체 응답의 47.7%를 차지했다.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오락 콘텐츠가 아니라 이 세상을 간접 경험하는 배움의 장이다. 다시 말해 중국 MZ세대의 강한 지적 욕구가 중국의 다큐멘터리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OTT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중국 다큐

중국 다큐멘터리 콘텐츠는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으면서 OTT를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치이(愛奇藝), 텐센트 비디오(騰訊視頻), 유쿠(優酷), 망고 TV(芒果TV), 비리비리로 대표되는 중국 5대 OTT 플랫폼은 3~4년 전부터 다큐멘터리를 주력 콘텐츠로 다루고 있다.

이에 중국 다큐멘터리는 OTT 플랫폼 특성에 맞춰 다양화, 시즌화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들은 인문, 미식,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리비리 다큐멘터리 '인생 2회차'와 텐센트 비디오 다큐멘터리 '본 보야지' [사진 더우반]

비리비리 다큐멘터리 '인생 2회차'와 텐센트 비디오 다큐멘터리 '본 보야지' [사진 더우반]

그중에서도 인문사회 장르 다큐멘터리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 수년간 중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현실주의 열풍의 영향으로 사회의 현실에 주목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다큐멘터리가 중국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앞서 소개한 ‘인생 2회차’뿐만 아니라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각지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 텐센트 비디오의 다큐멘터리 ‘본 보야지(一次遠行, Bon Voyage)’ 도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다큐멘터리의 시즌화도 계속 시도되고 있다. ‘인생 2회차’는 대표적인 시즌물 다큐멘터리로, 2020년 1월 13일 첫 번째 시즌인 ‘인생 1회차(人生第一次, The Firsts in Life)’가 방송되었다. 총괄 제작자인 장하오(张昊)는 문학에 3부작이 존재하듯, ‘인생’을 IP로 세 시즌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했다고 한다.

비리비리 다큐멘터리 '인생 한 꼬치' 시즌 1~3 포스터

비리비리 다큐멘터리 '인생 한 꼬치' 시즌 1~3 포스터

중국 30여 개 도시의 독특한 바비큐 문화를 보여주는 음식 다큐멘터리 ‘인생 한 꼬치(人生一串, The Story Of Chuaner)’ 역시 2018년 비리비리에서 첫 번째 시즌을 선보였고, 작년에는 세 번째 시즌을 공개했다.

중국 MZ 세대는 뚜렷한 개성을 갖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다큐멘터리 업계는 다큐멘터리를 IP화하고 브랜드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IP화는 다큐 콘텐츠를 상업화하는 동시에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다.

‘다큐 세계화’ 진행시켜!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

올해 6 월, 중국 언론의 검열과 관리 감독을 맡는 국가광파전시총국(國傢廣播電視總侷)은 ‘신(新) 시대 다큐멘터리의 질적 성장 추진에 관한 의견(關於推動新時代紀錄片高質量發展的意見)’을 발표했다. 해당 문건은 ‘신(新)시대 다큐멘터리’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다큐멘터리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다큐멘터리 콘텐츠의 창작 및 제작 활성화를 장려했다.

나아가 중국 다큐멘터리의 세계화를 위해 대외 전파, 국제 교류 및 공동작업 등 다양한 방면에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외국과의 협력을 통해 전 인류 공동의 가치를 전달하고 문명 교류와 상호 인식을 반영하는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다큐멘터리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글로벌화되고 있는 콘텐츠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협력 활성화, 협업 메커니즘 다양화, 해외 전파 효과 증대 등의 목표를 내세운 만큼 글로벌 공동제작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다. 최근 중국 다큐멘터리 업계에서도 다양한 글로벌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중국 다큐멘터리 산업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큐멘터리는 장르 특성상 소재의 다양성이 허용되고, 타 장르보다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한한령으로 한중 양국 간 문화 교류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두 나라가 공동제작 및 협업할 수 있는 분야다. 우리나라 기업은 적극적인 협업과 공동제작을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차이나랩 박고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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