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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잠수함 소음 해결하고 미국 떨게 한 신형 미사일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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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16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강대한 전략적 억지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군사 전문가들은 ‘전략핵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했다.

전략핵이란 전술핵과 달리 전투 차원이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수준의 강력한 핵무기를 말한다. 미·소 냉전 시기 두 나라가 벌였던 핵 군비 경쟁이 전략핵 경쟁이었다. 냉전이 끝나고 미국과 러시아가 핵 군축에 나선 이래 30년 만에 중국이 핵전력 판도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전략핵 전력을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3대 핵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육·해·공 모두에서 완성된 수준의 전략핵 공격이 가능해야 한다. 육상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공중에서 전략폭격기가 목표 지역에 핵미사일을 떨어뜨리며, 바다에선 핵잠수함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리는 그림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사진 셔터스톡]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이런 전략과 관련해 지난 11월 18일 새뮤얼 파파로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워싱턴에 보고를 올렸다. 중국이 SLBM인 JL-3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진(秦)급 094형 잠수함 6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탄도미사일잠수함(SSBN)들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기 위해 건조됐다는 내용이었다.

094형은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유일한 핵무기 탑재 가능 핵잠수함이다. JL-3는 기존 JL-2를 대체한 신형 미사일이다. 찰스 앤서니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의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JL-3 미사일의 추정 사거리는 1만㎞ 이상에 달한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라는 보루에서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마디로 중국 핵잠수함이 공해상까지 나올 필요 없이 자국 앞바다에서 미국에 핵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중국에 핵미사일로 선제공격하면 바닷속에 숨어있다가 핵미사일 반격을 할 수 있다. JL-3이 배치되기 전까지 미국 본토를 겨누려면 공해상으로 나아가서 공격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중국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엄호를 받을 수 없다.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있었다. 소음이다. 중국 핵잠수함이 미국, 러시아 잠수함의 소음보다 2배 이상 크다는 것이다. 미 해군정보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094형 잠수함은 1976년 옛 소련이 건조했던 델타 3급 잠수함보다도 소음이 크다. 잠수함이란 무기의 가장 큰 장점은 적에게 들키지 않은 채 이동하고 공격할 수 있는 특성이다. 다른 나라에 실질적 위협이 되려면 적의 레이더에 발각되지 않은 채 핵심 거점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수상 항해하고 있는 094형 진급 전략원잠 [출처 Public Domain]

수상 항해하고 있는 094형 진급 전략원잠 [출처 Public Domain]

하지만 094형 잠수함처럼 소음이 큰 잠수함은 적국의 대함부대와 레이더망에 쉽게 탐지되며, 이 때문에 어떤 비밀 작전도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량 094A형이 있지만, 소음 개선의 정도는 매우 미미했다. 여러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은 후속작인 096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으나 또 다른 개량형에 불과해 고질적인 소음 문제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 해군은 중국 잠수함을 ‘부머(boomer)’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소음이 심한 것을 조롱하는 멸칭이다.

JL-3 미사일은 이런 중국 핵잠수함의 치명적인 약점을 가려주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1만㎞나 되는 사거리는 잠수함이 굳이 남중국해 기지를 떠나 공해상으로 나가지 않아도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에 충분하다. 남중국해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면 지상의 미사일 기지와 해군기지, 요새화된 인공섬들로부터 보호받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또 남중국해에는 수많은 민간 선박들이 다니기 때문에 이 선박들이 만들어내는 수중 소음은 중국 잠수함의 소음을 은폐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미국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JL-2의 수중 발사 장면 [출처 Military today]

JL-2의 수중 발사 장면 [출처 Military today]

미국 민간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방 분야 싱크탱크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요시하라 도시 선임연구원은 11월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은 자신들이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기만 하면 전쟁을 하지 않고서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 사이가 분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해군연구소의 포털사이트 UNSI에 게재된 한 보고서는 한국, 일본 등 태평양 지역의 미 동맹국들이 미국에 확장 억제 수단 배치를 요청한 것을 두고, “현재 미국의 해상 및 육상 핵 억제력이 중국과 러시아의 자라나는 패권 야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 보고서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적성국 대비 높은 핵무기 보유량을 유지하고 현재의 육·해·공 3중 핵 공격 체계를 현대화할 필요를 지적하거나, 호주-영국-미국(AUKUS) 기술이전 협정에 잠재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핵전력 강화로 인해 동아시아의 핵 긴장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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