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도 찾아갔다…태화강의 기적, 전국 2개뿐인 '국가정원'

중앙일보

입력

태화강 국가정원은 울산 남구와 중구에 걸쳐 있다. 중구 쪽 '태화지구'를 찾는 방문객이 대부분인데 남구 쪽 '삼호지구'도 매력적이다. 방문객이 적어 한갓지고 정원의 자연미를 느끼기 좋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울산 남구와 중구에 걸쳐 있다. 중구 쪽 '태화지구'를 찾는 방문객이 대부분인데 남구 쪽 '삼호지구'도 매력적이다. 방문객이 적어 한갓지고 정원의 자연미를 느끼기 좋다.

울산은 해맞이가 아니어도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싱그러운 대숲을 볼 수 있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잔뜩 맛이 오른 가자미를 맛볼 수 있는 방어진이 있어서다. 태화강과 방어진, 두 곳 모두 남다른 사연을 품은 곳이어서 찬찬히 둘러봐야 매력을 알 수 있다.

자연미 가득한 태화강 '히든 스폿'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대나무 약 70만 그루가 산다. 줄기가 가는 편인 '왕대'가 주축을 이룬다.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대나무 약 70만 그루가 산다. 줄기가 가는 편인 '왕대'가 주축을 이룬다.

태화강은 우리나라에서 두 개뿐인 국가정원 중 하나다. 얼마 전까지 순천만이 유일했는데, 2019년 7월 제2호 국가정원으로 등극했다. 울산시민은 태화강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2000년 1만 마리가 넘는 숭어가 집단 폐사했다. 당시 태화강의 수질은 물고기가 살 수 없을 만큼 심각했다. 태화강국가정원 김경숙 생태해설사는 "당시 울산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었고 생활 하수가 태화강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이후 본격적인 생태 회복 작업을 벌여 지금은 900여 종 동식물이 살게 됐다. 요즘은 연어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가 지면 십리대숲 '은하수길'에 화려한 LED 조명이 들어온다. 댓잎이 서걱대는 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해가 지면 십리대숲 '은하수길'에 화려한 LED 조명이 들어온다. 댓잎이 서걱대는 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태화강에서 가장 유명한 건 십리대숲이다. 10리, 말 그대로 약 4㎞에 이르는 대나무 군락이 강을 따라 형성돼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차 대숲을 방문한 뒤 전국 명소로 떠올랐다. 방문객 대부분은 중구 쪽 '태화지구'를 찾는다. 대나무 생태정원, 대나무 테마정원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서다. 해가 진 뒤에도 대숲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몰 시간부터 오후 11시까지 LED 조명이 비추는 '은하수길'이 있어서다.

보다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은하수 다리를 건너 남구 쪽 '삼호지구'로 가보길 권한다. 숲속정원, 보라정원 등이 있고 태화지구보다 자연미가 살아 있는 대숲도 있다. 이미화 생태해설사는 "삼호지구에는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조류생태원'이 있어서 주변을 걸으면 새소리가 생생하다"며 "태화강을 찾은 방문객이 여유롭게 강 건너편 정원도 산책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용가자미의 고향, 방어진 

오전 6시, 방어진항 울산수협 위판장을 용가자미가 가득 메웠다. 방어진은 전국 용가자미 어획량의 70%를 책임진다.

오전 6시, 방어진항 울산수협 위판장을 용가자미가 가득 메웠다. 방어진은 전국 용가자미 어획량의 70%를 책임진다.

태화강 줄기를 따라 바다 쪽으로 나가면 방어진이 나온다. 울산 최대의 어항으로, 일본 강점기 때부터 어항 전진기지로 발전했다. 지금은 한자로 방어진(方魚津)이라 쓰는데, 조선 시대에는 방어(魴魚)가 많이 잡힌다 해서 방어진(魴魚津)이라 했단다. 『동국여지승람』『대동여지도』에도 방어진(魴魚津)이 나온다. 울산에서 잡은 방어를 임금에 진상했다는 기록도 있다.

용가자미는 연중 잡히지만 기름기가 돌고 알이 꽉 차는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다.

용가자미는 연중 잡히지만 기름기가 돌고 알이 꽉 차는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다.

그러나 지금은 방어 어획량이 많지 않다. 대신 용가자미가 주인공 행세를 한다. 경상도에서 흔히 '참가자미'로 부르는 생선의 정식 명칭이다. 전국 용가자미 어획량의 60~70%를 방어진이 책임진다. 울산수협 박용수 소장은 "용가자미는 연중 잡히는 생선이지만 가자미는 지금이 가장 기름지고 맛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6시 수협 위판장에 가보니 가자미뿐 아니라 대구·문어·꼼치·아귀 등 온갖 생선이 나와 있었다. 경매 현장을 구경하고 '어업인식당'으로 갔다. 아침에 잡혀 온 신선한 가자미로 끓인 찌개를 먹었는데, 보들보들한 살과 고소한 알 맛이 일품이었다. 걸쭉한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여태 먹어본 가자미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방어진항에서 슬도 쪽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성끝마을. 완만한 구릉 지형이 제주도를 닮았다.

방어진항에서 슬도 쪽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성끝마을. 완만한 구릉 지형이 제주도를 닮았다.

방어진 마을 여행도 흥미롭다. 할머니들이 말린 생선을 파는 공동어시장은 활기가 가득하다. '초장집'이 몰려 있는 활어센터에서는 방어·오징어·광어 등 온갖 생선을 판다. 방어진박물관도 들러보면 좋겠다. 적산가옥을 개조한 방어진박물관에서 번성했던 방어진의 역사를 볼 수 있다. 방어진항에서 슬도 방향으로 걷다 보면 '성끝마을'이 나온다. 완만한 구릉 지형이 제주의 풍경을 똑 닮았는데, 과거 말 목장이 있던 곳이란다. 석성(石城)을 쌓아 말을 묶어 뒀던 마을이라 해서 성끝마을이다. 마을에는 '소리체험관'이 있다. 거문고 소리가 난다는 슬도의 파도 소리를 비롯해 울산 동구를 대표하는 9가지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