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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거울의 바다' 여기…한국인 잘 모르는 '인생사진' 명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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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자전거를 타고 우미노나카미치 해변 공원을 달리는 외국인 여행자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기지가 있던 우미노나카미치는 후쿠오카현에서 가장 큰 공원이다.

자전거를 타고 우미노나카미치 해변 공원을 달리는 외국인 여행자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기지가 있던 우미노나카미치는 후쿠오카현에서 가장 큰 공원이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10월 일본 정부가 2년여 만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다. 10월 이전까지는 단체 패키지여행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비자 없이 개별 자유여행도 가능하다. 12월 현재 한국∼일본 항공편은 주간 600편 수준으로 확대됐다. 일본 규슈 지방 후쿠오카시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최호경씨는 “3년간 거의 손님을 받지 못했는데, 10월부터 스케줄이 꽉꽉 차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한국에는 아직 덜 알려진, 신흥 인생사진 명소 위주로 코스를 짰다.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으로 일본 후쿠오카를 고려하고 있다면 참고하시라. 현재 일본은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 검사, 자가 격리 의무 모두 해제한 상태다.

후쿠오카의 우유니 사막

거울의 바다라 불리는 후쿠마 해변. 아직 한국에는 덜 알려진 스폿이다. 썰물이면 바닷물이 얕게 깔린 해변 위로 하늘이 반사돼 비친다.

거울의 바다라 불리는 후쿠마 해변. 아직 한국에는 덜 알려진 스폿이다. 썰물이면 바닷물이 얕게 깔린 해변 위로 하늘이 반사돼 비친다.

'카가미노우미'를 태그한 다양한 인증 사진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카가미노우미'를 태그한 다양한 인증 사진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후쿠오카현 북부, 기타큐슈시와 후쿠오카시 중간에 자리한 후쿠츠시는 그림 같은 해안 풍경만으로도 가볼만한 도시다. 특히 후쿠마~미야지하마~쓰야자키으로 이어지는 3㎞ 길이의 해안은 이른바 ‘거울의 바다’로 불린다. 일본어로 ‘카카미노우미’인 이 해안은 평평한 모래사장이 길게 뻗어있는데, 썰물이면 바닷물이 모래 위에 얕게 펼쳐지며 거울처럼 후쿠츠의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로 불리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처럼 그림 같은 반영 사진을 담아갈 수 있다.

카가미노우미는 한국인에게는 물론 일본인에게도 아직 덜 알려진 장소다. 지난달 24일 오후 썰물 시간에 맞춰 후쿠마 해변을 찾았다. 웨딩 스냅 사진을 찍는 일본인 커플과 파도를 타는 몇몇 서핑족을 봤을 뿐 한국인 여행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여행자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바다와 하늘을 독차지한 듯한 기념사진을 실컷 찍다가 해변을 빠져나왔다. 후쿠마~미야지하마 해변 일대에는 전망 좋은 카페와 식당이 몰려 있었다. 썰물이나 일몰 순간을 기다리며 ‘물멍’ 때릴 만한 장소가 널렸다는 이야기다.

후쿠마 해변 앞 초밥집. 후쿠마~미야지하마 일대에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있다.

후쿠마 해변 앞 초밥집. 후쿠마~미야지하마 일대에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있다.

해군 기지에서 공원으로

우미노나카미치 해변 공원을 거니는 여행자들.

우미노나카미치 해변 공원을 거니는 여행자들.

후쿠오카시 북부 해안에 장화 모양으로 불쑥 튀어나온 ‘우미노나카미치’는 이 지역에서 가장 거대한 공원이다.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지정된 국영공원으로, 규모가 대략 400만평(약 1322만㎡)에 이른다. 공원에 포함된 해변 길이만 6㎞가 넘는다. 어린이 놀이기구가 모인 원더월드를 비롯해 동물원, 수영장, 정원, 자연 체험관, 마린월드(아쿠아리움), 캠핑장 등 다양한 공간이 있다.

땅의 역사는 기구하다. 후쿠오카 제1 비행장으로 처음 개발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해군 기지로 쓰다가 전후 미 공군의 하카타 기지로 활용됐다. 1972년 미군으로부터 땅을 돌려받은 뒤 1981년 해변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꽃으로 뒤덮인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대략 30년 세월이 걸렸다”고 가이드 이권숙씨가 설명했다.

공원이 워낙 넓어 산책하는 법이 남다르다. 우미노나카미치를 찾는 많은 여행자가 자전거를 빌려 공원을 누비는데, 그래도 꼬박 1시간가량이 걸린다. 후쿠오카는 한겨울에도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일이 드물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검은머리다람쥐원숭이와 홍학 떼를 만날 수 있는 ‘동물의 숲’, 해변 전망 데크, 너른 잔디와 연못 등에서 원 없이 사진을 담았다.

91개 붉은 도리이

후쿠오카현 우키하 이나리 신사. 91개의 도리이가 언덕을 따라 도열해 있다.

후쿠오카현 우키하 이나리 신사. 91개의 도리이가 언덕을 따라 도열해 있다.

후쿠오카현 남동부에 위치한 우키하시. 이곳의 명물은 소박한 분위기의 신사다. 우키하시조가하나 공원 안에 있는 ‘이나리 신사’인데, 언덕을 따라 91개의 도리이가 열 맞춰 펼쳐진 장면이 장관이었다. 선명한 주홍색 도리이가 줄지은 언덕에서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장소. 입구에 주홍색 도리이를 세운 것은 신사 안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일본에서 주홍색은 예부터 재앙을 떨쳐내는 힘이 있다고 믿어져 왔다. ‘자판기의 나라’ 답게 신사 앞에도 운수를 점칠 수 있는 자판기가 하나 있었다. 나쁜 운이 담긴 종이는 신사 앞에 매달아 두고 가면 액운을 떨칠 수 있단다.

우키하 이나리신사 언덕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모습.

우키하 이나리신사 언덕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모습.

바다 위 낭만 정원

일본 노코노시마 아일랜드파크. 사계절 꽃 절경이 펼쳐지는 덕에 현지에서도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지금은 마지막 단풍과 동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본 노코노시마 아일랜드파크. 사계절 꽃 절경이 펼쳐지는 덕에 현지에서도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지금은 마지막 단풍과 동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노코노시마는 후쿠오카현 하카타만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다. 하카타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20분이면 섬에 닿는다. 이 섬 북쪽 끄트머리에 바다를 내려다보는 ‘아일랜드 파크’가 있다. 우리네 거제도의 외도처럼 섬 곳곳을 꽃으로 꾸민 정원이자 테마파크다. 전체 규모는 대략 49만㎡(15만평). 사계절 꽃 절경을 누릴 수 있어 현지인의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 봄에 유채꽃과 벚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는데, 겨울로 접어든 지금은 동백꽃과 국화가 정원을 수놓고 있었다.

‘오모이데도리(추억의 거리)’라 불리는 공간이 이곳의 명물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그러니까 메이지 시대와 다이쇼 시대의 건축을 재현한 장소다. 가이드 이권숙씨는 “봄이면 유카타 빌려 입고 기념사진을 담아가는 여행자가 많다”고 말했다. 1870년대 메이지 시대의 ‘큐산케가(옛 일본식 건물)’를 그대로 이축해 세운 건물도 있었다. 시간여행하듯 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남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메이지-다이쇼 시대의 일본식 건축을 재현한 추억의 거리. 아일랜드파크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공간이다.

메이지-다이쇼 시대의 일본식 건축을 재현한 추억의 거리. 아일랜드파크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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