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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에 법정싸움까지…대한변협회장 선거 3파전 관전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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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4면

후보 간 네거티브 캠페인에 법정 싸움까지 뒤범벅되면서 차기 대한변협회장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내년 1월 16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는 김영훈(58·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 안병희(60·군법무관시험 7회) 변호사, 박종흔(56·연수원 31기) 변호사 등 세 명이 출마했다. 회원 3만2942명(지난 8일 현재) 변호사단체 수장인 변협회장은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 등록 허가·취소 ▶법률사무소·법무법인 설립 인가 ▶변호사 징계·감독 권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법관·검찰총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상설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한편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장 임명권, 검찰인사위원회·법관인사위원회·양형위원회·검사징계위원회·검사적격심사위원회·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법학교육위원회 위원 추천권도 갖고 있어 정치적 영향력이 적잖은 자리다.

김영훈·박종흔 후보는 현 집행부에서 부협회장을 지낸 여권 인사, 안병희 후보는 현 집행부 심판론을 기치로 출마한 야권 인사에 가깝다. 안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 이종엽 협회장과 결선투표까지 경쟁한 조현욱 변호사를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도운 이력이 있다. 2년 만에 선수만 교체해 치러지는 세력 간 ‘리턴매치’에 여권의 분열이 뒤섞인 구도다.

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운동 기간은 지난 2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로, 선거는 내년 1월 16일 치러진다. 연합뉴스

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운동 기간은 지난 2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로, 선거는 내년 1월 16일 치러진다. 연합뉴스

법정 다툼은 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안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제재를 가하자 안 후보는 지난 12일 선관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공보물 발송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안 후보는 당초 공보물에 ‘지난 2년, 특정 단체 출신 변호사들이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 주요 직책을 교차로 맡아 회무를 독점하고 플랫폼·유사직역 관련 소송 사건을 셀프 수임했으며 임원 수당을 대폭 셀프 인상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자 선관위는 ‘변호사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구는 선거규칙 위반’이라며 삭제를 요구했고, 안 후보는 “선관위가 후보자 선거 인쇄물을 검토한다면서 검열하고 가위질한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같은 날 오후 열린 후보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선거공보물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흑색선전을 막기 위한 선관위 취지에 불응했다”고 꼬집었고, 안 후보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특정 단체 임원들이 어떻게 배치돼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맞섰다. 안 후보는 또 김·박 후보를 겨냥해 “사설 플랫폼 이용 회원을 징계한 것 외에 변호사 직역 수호를 위해 지난 2년간 뭘 했는지 의문”이라며 날을 세웠고, 김 후보는 안 후보가 공동대표를 맡은 ‘생존권 수호 및 법조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생변) 소속 변호사가 최근 수습변호사 갑질 논란에 휩싸인 걸 언급하며 “공동으로 책임질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52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변호사(앞줄 오른쪽 첫 번째)와 선대위 관계자들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변협 선관위가 제재한 선거공보물 발송을 위한 가처분 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들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라며 주장했다. 연합뉴스

52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변호사(앞줄 오른쪽 첫 번째)와 선대위 관계자들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변협 선관위가 제재한 선거공보물 발송을 위한 가처분 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들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라며 주장했다. 연합뉴스

변호사 홍보 플랫폼인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 문제에도 입장 차이가 선명했다. 변협 자체 변호사 중개 플랫폼 ‘나의 변호사’ 운영위원장이었던 김영훈 후보는 “규칙을 지키는 대다수 회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고, 박종흔 후보는 “위법행위를 하면 징계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사설 플랫폼 문제는 징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해당사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가기관의 판단을 토대로 100일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로톡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고, 헌재는 변협의 광고제한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냈다.

상호 비방전은 후보들이 각자의 공약보단 현 이종엽 집행부 2년에 대한 평가에 집중하면서 가열됐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번 변협 선거는 현 집행부에서 2명, 지난 낙선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1명의 대결 구도로 펼쳐지면서 현 집행부에 대한 평가적 의미가 강해졌다”며 “특히 로톡 등 사설 플랫폼에 대한 대응 등 논란이 많았던 지난 집행부의 결정이 끝까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가 제기한 변협과 서울변회 내 셀프 수임과 수당 인상 문제도 “회무를 생업으로 한다”는 비판론과 “로펌에 맡기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걸 집행부 임원들이 싼값에 맡는 건 잘못이 아니다”라는 옹호론이 팽팽하다.

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훈 후보는 현 집행부 부협회장으로 로톡 등 사설 변호사 중개 플랫폼에 맞선 변협 자체 플랫폼인 '나의 변호사'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사지는 지난 4월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 긴급토론회 인사말을 하는 김 후보의 모습. 뉴스1

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훈 후보는 현 집행부 부협회장으로 로톡 등 사설 변호사 중개 플랫폼에 맞선 변협 자체 플랫폼인 '나의 변호사'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사지는 지난 4월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 긴급토론회 인사말을 하는 김 후보의 모습. 뉴스1

한편, 지난 선거에서 이종엽 협회장과 김정욱 서울변회장을 공개 지지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의 영향력이 계속되느냐도 이번 선거의 변수로 거론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전체 변협회원(3만2942명)의 과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회무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최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집단적 의사를 보이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선호대로 흩어지는 분위기”라며 “지난 선거 때와 같은 결집력을 보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호사는 “한법협이 현 집행부와 밀착하며 스스로 영향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2011년 변협회장 직선제와 함께 도입됐던 결선투표제가 지난 4월 폐지된 점도 이번 선거의 변수로 꼽힌다. 3파전인 까닭에 30%가량의 적은 득표율로도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변협 선거 캠프 경험이 많은 중견 변호사는 “현 집행부 출신 후보가 둘이 나오면서 표가 분산돼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누가 당선되든 변호사 사회 내의 후유증이 적잖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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