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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쉼…'내 집'에서 '혼자', 자거나 아무것도 안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날이다. 그 이후 3년 가까이가 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등 일상으로의 회복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 다만 일상 회복은 저소득층에서 더뎠고, 노동시장에선 플랫폼 노동의 급격한 증가가 나타나는 등 코로나의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일상 회복해가지만, 종식 전망은 부정적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감염 위험 인식은 낮아졌고, 일상 회복에 대한 평가는 높아졌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조사한 결과 감염 심각성 인식은 꾸준히 하락하면서 지난 5월 최저치(3.25점)를 기록했다. 감염 가능성 인식은 3월(3.17점)에 가장 낮게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진이 지난 3월 진행한 코로나19 두려움 설문조사 결과. [자료 통계청]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진이 지난 3월 진행한 코로나19 두려움 설문조사 결과. [자료 통계청]

전염 가능성은 크지만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한 데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감염에 무뎌진 영향이다. ‘일상으로 완전히 회복’을 100점, ‘전혀 회복 못함’을 0점으로 봤을 때 일상 회복도도 꾸준히 올라가면서 지난 6월 61.4점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진 계속 50점 미만이었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에선 6월 기준 일상회복 점수(48.4점)가 전체 평균(61.4점)보다 13점 낮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 확진이 끊이지 않으면서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중 54.3%가 “코로나 유행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고 답했다. “향후 5년 내 새로운 감염병이 출연할 것 같아 두렵다”는 응답자는 61.9%에 달했다.

3040 남성, 배달 노동 늘었다

코로나 사태가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부분 중 한 분야는 고용시장이다. 정인관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2.6%를 차지했다. 2020년(0.9%)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배달·배송·운송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배달업 등이 전체 플랫폼 노동의 76%를 차지했다. 그러다 보니 30~40대 남성의 플랫폼 노동 참여가 높았다.

정 교수는 “한국·미국·유럽 모두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 규모가 증가한다”며 “팬데믹 이후 배달업 규모 증대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 지난 1년 사이 배달 노동을 해본 적 있다는 사람의 비중은 2016년 1%에서 지난해 6%로 증가했다. 배달앱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노동 활성화다.

인문계·남성·4년제 고용률 더 떨어져

10월 기준 대학?성별 대졸자 고용률 변화 추이. [자료 통계청]

10월 기준 대학?성별 대졸자 고용률 변화 추이. [자료 통계청]

채창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확산 시기에 취업 실태를 대학·성별·전공별로 살펴봤다. 그 결과 전문대보다 일반대(4년제)가, 여성보다 남성이, 이공계열보다 인문계열의 취업률이 더 떨어지고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하는 속도도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졸업생 고용률이 일반대는 4.3%포인트, 전문대는 0.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전문대는 고용률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일반대는 그렇지 못했다.

같은 기간 성·전공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고용률 하락 폭이 컸고, 회복도 더뎠다. 이공계열의 경우 코로나로 고용률이 낮아지거나 하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문계열은 2019년 대비 2020년 고용률이 6.1%포인트 하락했다.

대학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불리는 상위권 대학에서 휴학·중도이탈자가 늘었다. 지난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휴학생 비율은 2019년 대비 1.7∼2.6%포인트 올라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졸업(학사 학위 취득)을 유예한 대학생도 43.6% 늘었다. 채 연구위원은 “대학 생활을 누릴 기회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상위권 대학에서 휴학 후 '반수' 준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삶의 만족도, 일본보다 낮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 평균 점수(10점 만점)는 2013년 5.7점, 2018년 6.1점, 2021년 6.3점으로 완만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년 평균은 5.95점(10점 만점)으로 세계 59위에 불과했다. 미국(16위), 일본(54위)보다 낮다. 지난해 아동·청소년의 만족도는 6.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다. 30대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50대와 60대는 낮았다. 2020년 조사를 보면 삶에 만족하다는 노인 부부가구는 52.9%로, 자녀 동거가구(47.3%)와 노인 독거가구(42.6%)보다 높았다.

한국인의 쉼 활동은 '혼자' '내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수면이나 낮잠’(27.0%), ‘아무것도 안하기’(16.3%), ‘TV 및 동영상 시청’(14.9%) 순이었다. 여성은 ‘아무것도 안하기’(26.3%), ‘수면이나 낮잠’(26.2%), ‘TV 및 동영상 시청’(13.8%) 순이다. 잘 쉬지 못하는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부담'을, 여성은 '시간 부족'을 각각 가장 많이 꼽았다. 쉼 만족도는 20대가 가장 높고 40대가 가장 낮았다. 쉬는 공간은 ‘내 집’이 전 세대 및 성별 차이 없이 79.9~93.6%로 압도적인 비율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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