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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표엔 “시진핑 방한 논의” 중국선 “미국, 국제규칙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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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화상 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를 논의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15분 동안 이어진 화상 회담 후 외교부는 “양 장관은 시 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시 주석 집권 3기 체제가 출범한 후 양국 외교장관 간 회담은 처음이다. 외교부가 보도자료에 ‘시 주석 방한 논의’를 앞세운 건 정상 교류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인 2014년 방한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두 차례 방중에도 답방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외교장관 상호 방문을 포함해 2+2 차관급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인문교류촉진위원회,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고위급 교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1.5트랙 대화’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한 반관반민 대화 체제로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은 협의 중이다.

반면 이날 오후 늦게 중국 외교부가 공식 발표한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문에는 시 주석 방한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을 성토하는 비난이 가득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제정한 소위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및 세계무역기구(WTO)의 판결을 거절한 것은 세계 무역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어 “미국이 바로 국제 규칙의 파괴자이며 건설자가 아님을 증명했다”면서 “미국의 행위는 한·중을 포함한 각국의 정당한 권익에 분명한 손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각 나라는 마땅히 앞에 나서 함께 이러한 세계화를 거스르는 낡은 사유와 일방적인 집단 따돌림에 반대하고, 공동으로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부는 “박 장관이 올해 역대 최다 횟수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했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하는 것은 한·중의 공동 이익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 측이 한국의 ‘담대한 구상’ 등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라고도 말했다. 이에 왕 위원은 “중국이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회담에서 “양 장관이 인적 교류 확대, 문화 콘텐트 교류 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6년째 계속되는 한한령의 빗장이 풀릴지 관심이 쏠린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발표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담지 않은 채 “양측은 한반도 정세와 공동 관심의 국제 및 지역 문제에 의견을 교환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지난 8월 칭다오 회담 발표문에 담긴 왕 부장의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며 단계별, 행동 대 행동, 쌍궤병진 방침을 견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며, 한반도 평화 기제를 구축하고, 중국은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는  발언에 비해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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