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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野 7.7조 감액안, 文정부 방만운영 셈법...3조가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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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야당의 내년도 예산 감액 요구에 대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확장·팽창예산 때의 셈법대로 감액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639조원 예산 중 7조7000억원을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정부는 3조원 감액이 최대란 주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처럼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여야와의 예산안 관련 협의 내용을 공개하며 “야당은 이전 정부에서 통상 1.2% 감액했으니 이번에도 7조7000억원의 감액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러나 그동안 빚을 많이 내고 확장적으로 살림을 살아왔고 내년 긴축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에 셈법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산 중 회계상 단순 이관되는 돈을 제외한 감액률은 1%(과거 5년 평균)로, 많아야 5조1000억원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실질적인 총지출 증가율이 8.5%와 비교해 내년 예산안의 증가율이 1.9%이므로 감액할 수 있는 재원 여력도 과거의 약 60% 수준인 1조3000억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부총리는 “백번 양보해서 국회 차원의 민생 예산 소요가 있기 때문에 과거 관례대로 1조3000억원의 2배인 2조6000억원에서 3조원 정도의 삭감 재원을 찾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당과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예산안 처리 불발에 따른 준예산 편성 가능성에 대해 추 부총리는 “준예산은 의원 내각제 시절 국회가 해산돼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상수단으로 들여온 제도다. 대통령제 하에서 경제도 어려운데 (준예산이 편성되면)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져 경제위기를 초래할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준예산은 상상해서도 안되며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있는 세법 개정안에서는 야당과 일부 의견 차이를 좁힌 부분도 있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관련해 추 부총리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한해서는 고액인 경우 중과하는 양보 타협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종부세 기본공제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세 부담 상한은 300%에서 150%로 완화하는 부분은 의견이 맞는 상태”라고 했다.

이번 예산·세제와 관련해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는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추 부총리는 “법인세 개편을 자꾸 ‘초부자 감세’로 보는 인식의 출발점이 잘못됐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주주가 약 600만명, 카카오 주주가 190만명, 현대차가 120만명일 정도로 전 국민이 소유하는 기업이고, 큰손인 국민연금의 주인도 국민이다”라며 “어떻게 이 기업의 주인이 특정 개인이고 이를 초부자라고 치부할 수 있냐”라고 반문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2년 유예하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경제 상황 때문에 당장 급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2년 유예안이라도 받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내년 시행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고액투자자(대주주) 요건을 기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기로 한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차가 여전했다. 추 부총리는 “100억원에서 양보할 수 있다고 했으나 야당이 완강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금투세 시행 시점에 대해선 2년 유예하는 방안으로 의견이 모이는 상황이다. 상속·증여세 개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연 매출 기준을 현행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리는 안을 제출했고, 현재 5000억~6000억원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바뀌었는데 과거 집권한 사람들이 과거와 똑같은 이념으로 정책을 운영하려 한다”며 “새 정부가 새 지향점을 갖고 운영하자는 생각을 담아서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을 제출했는데 거대 야당이 의석수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향적으로 협조해 주고 현재 위기를 돌파하는 데 여야가 힘을 합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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