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내년 1% 성장한다는데 위기의식조차 안 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화물연대 파업이 13일째 접어든 6일 오후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화물연대 파업이 13일째 접어든 6일 오후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대기업도 힘들어…코스피 상장사 이익 30% 감소

‘파업하기 좋은 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대내외 악재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탓에 기업이 요즘 힘들다. 한국 10대 기업의 재무지표가 금융위기 때와 근접한 수준이라고 중앙일보가 어제 보도했다.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금융위기 때와 비슷했고, 기업의 재고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판매되는지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은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았다. 경제가 나빠 물건이 안 팔리니 재고가 늘었다는 의미다.

물론 3분기만 비교한 분석이고, 주요 대기업의 안정성·활동성 지표가 몇 개 나쁘다고 지금을 금융위기 국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 대기업이 이 정도면 다른 대기업이나 중견·중소기업들은 얼마나 더 힘들지 걱정이다. 실제로 3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30%나 줄었다.

그제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수출은 늘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의 원천”이라며 ‘2026년 수출 5대 강국 도약’을 선포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 순위가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올랐다니 2026년 5위를 목표로 잡을 만하다. 하지만 당장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어서다. 콜린스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영구적 위기)’를 선정했다고 한다.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인데, 경제 위기가 오래 지속한다는 뜻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전망에서 이 단어가 내년 세계 경제를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수출 대국 한국이 힘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을 1.7%로 낮췄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우리 성장률이 올해 2%대 중반에서 내년 1%대 초반으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9개 IB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다. 심지어 -1.3%의 역성장을 전망한 곳(노무라증권)도 있다.

이 판국에 우리 국회는 내년 예산안 처리조차 하지 못하고 법정 기한을 넘겼다. 게다가 화물연대 파업은 어제까지 13일째 이어졌다. 정부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5대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를 3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는 어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 3조 개정안에 대해 “기업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파업하기 좋은 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경제가 숨통이 트일 것이다. 위기가 점점 눈앞에 닥치는데도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