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NHK 회장 15년째 경제계 인사 발탁…KBS에 주는 교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뉴시스]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뉴시스]

2008년부터 6번째…수신료 인하 등 NHK 혁신 맡아

‘방만 경영’ KBS도 지배구조의 정치적 독립 보장 필요

일본 공영방송 NHK의 새 회장에 다시 경제계 인사가 발탁됐다. NHK경영위원회는 일본은행 이사 출신인 이나바 노부오를 내년 1월 취임하는 차기 회장에 선임했다. 2008년 후쿠치 시게오 아사히맥주 회장 이후 여섯 차례 연속 경제계 인사가 NHK 회장을 맡게 된 것이다. JR도카이·미쓰이물산·미쓰비시상사 출신 등 NHK 외부 인사가 회장을 맡는 기록은 이나바 차기회장 임기가 끝나는 2026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방송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재계 인사들이 NHK를 진두지휘하게 된 것은 그들의 경영 능력이 공영방송 생존의 필수요건이 됐기 때문이다. 경영 혁신은 디지털과 OTT 등 방송 플랫폼 다변화 시대에 전 세계 공영방송들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과제다. 방송 콘텐트 소비에서 공영방송 비중이 줄어들면서 수신료 의무 납부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커졌고, 이는 수신료 인하·폐지로 이어지고 있다. NHK는 내년 10월 수신료를 10% 인하할 계획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수신료를 2024년까지 동결하고 2028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신료 수입 손실을 메우려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공영방송 KBS가 처한 현실도 별다르지 않다. 1981년 이후 동결된 수신료 월 2500원을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정치권과 시청자 반응은 모두 부정적이다. 전기요금에 합산해 징수하는 방식에 반발하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연간 6500억원에 달하는 수신료 수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기준 억대 연봉 직원 비율이 51.3%에 이르는 등 ‘방만 경영’의 실태는 여전하다.

과감한 개혁을 위해선 외부 전문가의 투입이 절실하다. 하지만 KBS가 NHK처럼 시도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권력에 종속적인 지배구조 때문이다. KBS이사회의 11명 이사는 여야가 7대4로 추천해 구성된다. 사장 선임은 과반수 찬성이면 가능하니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만을 뽑을 수 있는 구조다. 반면에 12명으로 구성된  NHK경영위원회는 같은 정당에 속한 위원 수를 4명 이하로 제한했다. 또 회장 선임에는 위원 4분의 3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특정 정파의 영향력만으론 선임이 불가능한 구도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에서 단독 의결했다. 진보 세력의 공영방송 영구장악 법안이라며 여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쥐락펴락한다면 공영방송은 더 이상 공영방송이 될 수 없다. 달려가는 NHK를 넋놓고 구경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