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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찰대회 2등 권인중 경장 배출 서울경찰특공대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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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경찰특공대 권인중 경장(오른쪽 앞)이 서울 서초구 경찰특공대 훈련교장에서 동료와 함께 레펠(로프 강하) 시범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서울경찰특공대 훈련 교장. 67명의 특공대 신입대원이 집체훈련을 받고 있는 이곳은 총성과 함성이 뒤섞여 전장을 방불케 한다. 한 교관이 장애물을 통과하면서 사격 시범을 하고 있다. 교관이 자동차.원통.창문 등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면서 표적을 맞히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 남짓. 신입대원의 경우 1분이 넘는다. 물 흐르듯 움직이면서 코스를 통과하는 교관을 신입대원들은 존경 어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이 교관은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세계 경찰특공대 전술평가대회에서 개인전 2위를 차지한 권인중(32) 경장.

권 경장이 출전한 부문은 5㎞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면서 각종 총기로 사격한 뒤 점수를 내는 '수퍼 스왓(SWAT.특공대) 캅'이다. 이 대회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경찰특공대 70개 팀이 참가했다. 국군정보사령부 출신인 권 경장은 2001년 경찰특공대 순경 공채에 합격한 6년차 특공대원이다. 무술 합계 12단에다 체력이 뛰어나 특공대 안에서 별명이 '적토마'다. 권 경장은 "첫 출전이라 코스를 잘 몰라 처음엔 다른 출전자 뒤만 쫓아다녔을 정도였다"며 "다음번엔 꼭 1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 "람보보다는 맥가이버를"=서울경찰특공대의 표어는 "생각하라, 준비하라, 그리고 행동하라"다. 대장인 이왕민 경정은 "경찰특공대는 무조건 범인을 쓰러뜨리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싸움만 잘하는 람보보다는 냉정하고 침착한 맥가이버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특공대엔 군 출신이 많다. 특공대원 순경 특채 중 전술요원은 군 특공대 경력이 필수 자격요건이다. 그래서 전 세계 경찰특공대 가운데 체력.민첩성.사격 실력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군과 달리 경찰특공대는 저지.진압.체포를 위한 형사활동이 주된 임무다. 해병대 출신인 강인규(29) 순경은 "일반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 맞춰 훈련을 하다 보니 군 시절 훈련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여자 대원도 눈에 띈다. 태권도 국가대표로 2003년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던 이지혜(24) 순경은 "남자 친구가 경찰특공대원이라 함께 근무하고 연애도 하고 싶어 지원했다"며 웃었다. 이 순경은 "체력과 무도는 남성에 비해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격이나 레펠(로프 강하)은 어렵다"며 "남녀를 통틀어 최고의 대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24시간 출동 대기=8월 경기도 안산시 다가구 주택 3층. 김모(39)씨가 "전처를 찾아주지 않으면 다 같이 죽겠다"며 전처 가족 7명을 흉기와 화공약품으로 위협해 가뒀다. 그러나 6시간의 인질극은 단 5초 만에 끝났다. 경찰특공대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당시 대원들은 4층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두 군데 유리창을 깬 뒤 방으로 진입했다. 특공대의 출동에 놀란 김씨는 흉기로 자해했지만 긴급후송돼 생명을 건졌다.

경찰특공대 하면 떠오르는 이 같은 인질 상황 출동은 사실 드문 경우다. 오히려 특공대의 주요 활동 무대는 월드컵.APEC 등 대규모 국제행사 때 경호.안전점검이나 폭발물 신고 처리 등 눈에 잘 안 띄는 영역이다.

당직근무조는 훈련이 끝난 뒤에도 특공대 안에서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이들은 산악.설상.수상.헬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전 같은 훈련을 하기 때문에 부상은 늘 달고 다닌다. 그래서 "경찰병원 최대 고객은 경찰특공대"란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글=이철재,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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