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특공대 권인중 경장(오른쪽 앞)이 서울 서초구 경찰특공대 훈련교장에서 동료와 함께 레펠(로프 강하) 시범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권 경장이 출전한 부문은 5㎞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면서 각종 총기로 사격한 뒤 점수를 내는 '수퍼 스왓(SWAT.특공대) 캅'이다. 이 대회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경찰특공대 70개 팀이 참가했다. 국군정보사령부 출신인 권 경장은 2001년 경찰특공대 순경 공채에 합격한 6년차 특공대원이다. 무술 합계 12단에다 체력이 뛰어나 특공대 안에서 별명이 '적토마'다. 권 경장은 "첫 출전이라 코스를 잘 몰라 처음엔 다른 출전자 뒤만 쫓아다녔을 정도였다"며 "다음번엔 꼭 1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 "람보보다는 맥가이버를"=서울경찰특공대의 표어는 "생각하라, 준비하라, 그리고 행동하라"다. 대장인 이왕민 경정은 "경찰특공대는 무조건 범인을 쓰러뜨리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싸움만 잘하는 람보보다는 냉정하고 침착한 맥가이버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특공대엔 군 출신이 많다. 특공대원 순경 특채 중 전술요원은 군 특공대 경력이 필수 자격요건이다. 그래서 전 세계 경찰특공대 가운데 체력.민첩성.사격 실력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군과 달리 경찰특공대는 저지.진압.체포를 위한 형사활동이 주된 임무다. 해병대 출신인 강인규(29) 순경은 "일반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 맞춰 훈련을 하다 보니 군 시절 훈련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여자 대원도 눈에 띈다. 태권도 국가대표로 2003년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던 이지혜(24) 순경은 "남자 친구가 경찰특공대원이라 함께 근무하고 연애도 하고 싶어 지원했다"며 웃었다. 이 순경은 "체력과 무도는 남성에 비해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격이나 레펠(로프 강하)은 어렵다"며 "남녀를 통틀어 최고의 대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24시간 출동 대기=8월 경기도 안산시 다가구 주택 3층. 김모(39)씨가 "전처를 찾아주지 않으면 다 같이 죽겠다"며 전처 가족 7명을 흉기와 화공약품으로 위협해 가뒀다. 그러나 6시간의 인질극은 단 5초 만에 끝났다. 경찰특공대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당시 대원들은 4층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두 군데 유리창을 깬 뒤 방으로 진입했다. 특공대의 출동에 놀란 김씨는 흉기로 자해했지만 긴급후송돼 생명을 건졌다.
경찰특공대 하면 떠오르는 이 같은 인질 상황 출동은 사실 드문 경우다. 오히려 특공대의 주요 활동 무대는 월드컵.APEC 등 대규모 국제행사 때 경호.안전점검이나 폭발물 신고 처리 등 눈에 잘 안 띄는 영역이다.
당직근무조는 훈련이 끝난 뒤에도 특공대 안에서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이들은 산악.설상.수상.헬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전 같은 훈련을 하기 때문에 부상은 늘 달고 다닌다. 그래서 "경찰병원 최대 고객은 경찰특공대"란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글=이철재, 사진=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