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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음악회 여는 이광조 "첫차 타며 보던 독거노인 돕고파"

중앙일보

입력

오는 9일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이광조의 작은 음악회'를 여는 가수 이광조. 그는 '빈 가슴 하나로' 가사를 흥얼거리며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는 9일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이광조의 작은 음악회'를 여는 가수 이광조. 그는 '빈 가슴 하나로' 가사를 흥얼거리며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첫차를 타고 가다 보면 여러 가지 장면이 펼쳐져요. 출근길에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있지만, 힘겹게 폐지를 줍는 사람부터 겉옷도 없이 추위에 떠는 사람까지 유독 노인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내가 저 분들을 일일이 돕지는 못해도 뭔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죠.”

가수 이광조(70)가 오는 9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이광조의 작은 음악회’를 열게 된 이유다. 2011년 미국에서 돌아와 지난 8월 어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매일 같이 어머니 댁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그는 “일회성 공연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조그맣게 시작해서 조금씩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기 구독 서비스 ‘월간 바이닐’도 바이닐(LP) 1장이 팔릴 때마다 1000원씩 기금을 모아 힘을 보탰다.

“함춘호와 작업, 힘들지만 즐거웠다”

공연을 앞두고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이광조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앞두고 활력이 넘쳤다. 올 초 기타리스트 함춘호(61)와 함께 어쿠스틱 앨범 ‘올드 & 뉴(Old & New)’를 발매한 데 이어 두 번째 앨범 ‘트러스트(Trustㆍ가제)’를 준비 중이라며 막 녹음을 마친 곡을 들려줬다. 이난영 원곡의 ‘다방의 푸른 꿈’(1939)을 부르는 그의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제법 잘 어울렸다. 1976년 홍익대 미대 재학 시절 ‘나들이’로 데뷔하며 트로트와 포크로 양분된 가요계에서 발라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나지막이 읊조리는 목소리로 귀를 붙들었다.

이광조는 "이제 우리 나이 정도 되면 내지르기만 하는 음악은 귀에 안들어온다"며 "감정을 더 실어서 부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광조는 "이제 우리 나이 정도 되면 내지르기만 하는 음악은 귀에 안들어온다"며 "감정을 더 실어서 부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앨범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1985) 등 대표곡 위주로 10곡을 수록했다면, 이번에는 ‘즐거운 인생’(1988)과 ‘빈 가슴 하나로’(1990)를 제외하면 7곡이 리메이크곡이다. 산울림 원곡 ‘청춘’(1981)부터 남궁옥분 원곡 ‘재회’(1985) 등 장르도 다양하다. 지난 7월 ‘이광조X함춘호 어쿠스틱’이라는 이름으로 LP로 발매된 지 사흘 만에 1000장이 팔려나간 데 힘입어 이번에는 내년 초 LP로 먼저 발매할 예정이다.

“다들 리메이크를 쉽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에요. 원곡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잘못하면 욕만 먹고 밑져야 본전이죠. 이 나이에 ‘나는 열일곱살이예요’(1938년 박단마 원곡) 할 수는 없으니까 좀 깎아서 ‘나는 육십살이에요’라고 재즈풍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빠르고 흥 넘치는 디스코 도전할 것”

두 사람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춘호가 1981년 이광조의 ‘저 하늘의 구름 따라’ 세션에 참여하며 연을 맺게 됐다. 이광조는 “'보통사람들'이라는 밴드를 같이 했는데 참 즐거웠다”며 “6~7년 전에 만났을 때 음반을 제작하자고 했었는데 더 늦기 전에 함께 하고 싶어서 그 제안이 아직 유효하냐고 먼저 물어봤다”며 웃었다. 그는 “다른 악기 없이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하다 보니 숨을 곳이 없었다”며 “서로 눈을 보고 맞춰 나가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훌쩍 떠나 11년 간 자유인으로 살며 숨 고르기를 한 덕분인지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듯했다. 어쿠스틱 시리즈가 마무리되면 “디스코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 디스코가 굉장히 유행했는데 그렇게 빠르고 흥이 넘치는 노래는 못해본 게 아쉬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미뤄둔 데뷔 45주년 공연도 내년 3월 12일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할 예정이다.
“어렸을 땐 제 목소리를 싫어했어요. 너무 높아서. 그런데 나이 들어서 힘을 빼고 감정을 실으니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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