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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 작품서 영감 받은 앨범 낸 RM "예술할 생각 말고 놀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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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일 첫 솔로 앨범 '인디고'를 발매한 방탄소년단 RM. 사진 빅히트 뮤직.

2일 첫 솔로 앨범 '인디고'를 발매한 방탄소년단 RM. 사진 빅히트 뮤직.

“평생 진리에 살다 가야한다 이거야. 플라톤의 인문학에서는 인간의 본질인데, 진선미 진실하다는 ‘진(眞)’자 하고 착할 ‘선(善)’자하고 아름다울 ‘미(美)’하고 인데 내 생각에는 진 하나만 가지면 다 해결되는 것 같아.”

방탄소년단 RM(김남준ㆍ28)이 지난 2일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인디고(Indigo)’는 윤형근(1928~2007) 화백의 육성으로 시작한다. 한국 단색화의 거목(巨木)이라 불리는 윤형근의 작품 ‘청색’ 앞에 앉아있는 앨범 재킷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윤 화백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윤(Yun)’을 첫 번째 트랙으로 배치하면서 “음악과 미술을 잇는 앨범”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은 미국 네오 솔의 여왕 에리카 바두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각기 다른 결을 지닌 세 사람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RM의 이같은 행보는 다소 의외이지만 예고된 변화다. 힙합 아이돌로 시작한 방탄소년단의 리더로서 작사ㆍ작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지만, 2015년 ‘RM’과 2018년 ‘모노(mono.)’ 등 믹스테이프(온라인 상에 무료로 공개하는 비공식 앨범)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에서 고민을 여러 차례 토로해온 그는 소개 영상을 통해 “2019년부터 구상해온 가장 저다운 앨범이면서 또 다른 시작점”이라며 “제가 느낀 정서, 감정, 고민, 생각을 그대로 담은 일종의 일기 같은 앨범”이라고 밝혔다.

“힘들 때 작품 앞에 서서 대화 나눠”

RM이 이번 '인디고' 앨범에 영향을 준 윤형근 화백의 '청색' 앞에 앉아있는 모습. 사진 빅히트 뮤직

RM이 이번 '인디고' 앨범에 영향을 준 윤형근 화백의 '청색' 앞에 앉아있는 모습. 사진 빅히트 뮤직

2019년은 RM이 본격적으로 미술에 빠지게 된 해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8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2018년 미국 투어 중 시카고 미술관에서 모네ㆍ쇠라 등의 작품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후 윤형근ㆍ박수근ㆍ장욱진ㆍ백남준 등 한국 작가로 눈을 돌리게 됐다.
“내 뿌리는 한국에 있다. 한국전쟁과 군사 독재, 경제적 불안정을 겪은 세대를 중심으로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2년간 2억을 기부해 문화재청에서 감사패를 받고, 미국 미술 전문매체 아트넷 뉴스에서 ‘미술계 혁신가 35인’으로 선정되는 등 미술계에서도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됐다.

RM은 “특히 윤형근의 팬이다. 서양과 동양, 아시아와 한국 스타일의 완전한 조합”이라며 “가끔 피곤하거나 힘들 때 작품 앞에 서서 대화를 나눈다”고 고백했다. 한 미술관 큐레이터는 “내레이션 뿐 아니라 가사 전반에 윤형근의 철학이 녹아있다”고 짚었다.
“예술 할 생각 말고 놀아 느껴 희로애락” “사선을 오갔던 생” 등 윤 화백이 즐겨 쓰던 표현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는 “윤형근 작품은 청색(ultra-marine)과 다색(umber)을 섞는 비율에 따라 변주되는데 ‘인디고’라 칭한 적은 없다. RM이 청색이 도드라지는 70년대 작품을 두고 자기만의 해석을 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RM은 “달라진 성향과 색깔을 표현”하는 동시에 “‘모노.’가 가진 흑백과 대조되는 느낌”을 주고자 ‘인디고’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자연에서 온 청바지의 기본적인 색깔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싶었다”며 “각자 인디고, 남색, 블루라고 생각하는 게 다를 텐데 그라데이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곡마다 장르와 분위기가 다른데, 인디고라는 색으로 묶이면서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화려한 피처링 “큐레이팅한 전시 같아”

2일 미국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서 신곡 무대를 처음 공개한 RM. 사진 빅히트 뮤직

2일 미국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서 신곡 무대를 처음 공개한 RM. 사진 빅히트 뮤직

“스스로 큐레이팅한 전시 같은 앨범”이라고 소개한 만큼 전곡 작사ㆍ작곡에 참여하는 동시에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를 한데 모았다.
체리필터 조유진이 함께한 타이틀곡 ‘들꽃놀이’를 비롯해 에픽하이 타블로, 김사월, 박지윤, 콜드 등 국내뿐 아니라 앤더슨 팩, 마할리아, 폴 블랑코 등 해외 뮤지션들도 피처링에 참여했다. 피독, 닥스킴, 이이언, 은희영, 혼네 등 실력파 프로듀서도 힘을 보탰다. ‘들꽃놀이’는 3일 전 세계 87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스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BTS 국제 학술대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한국외국어대 이지영 교수는 “5개국 22명의 예술가와 협업한 ‘커넥트, BTS’ 전시처럼 예술이 주는 감각 경험을 음악을 넘어 미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별ㆍ인종ㆍ장르 등 경계 없는 협업으로 BTS 팬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피처링 아티스트 팬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팬층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2일 미국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서 신곡 무대를 공개한 RM은 5일 서울 시내 200석 규모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여는 등 독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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