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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씀씀이 커지자, 백화점들 모시기 경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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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2일 정오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 지하 2층 ‘YP하우스’. 곡선으로 된 벽이 자연스럽게 칸막이 역할을 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구조였다. ‘고급스러운’ 기존 VIP 라운지와는 딴판이었다. 이날 이곳에선 10여 명의 ‘젊은 VIP’가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혼자 쇼핑을 왔다는 안모(38)씨는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한 무료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안씨는 “다른 백화점 라운지는 중년 여성들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젊은이들이 많고 음악도 힙해서 잠깐 쉬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증한 ‘영리치’를 사로잡기 위해 백화점 업계가 공을 들이고 있다. 20·30대 전용 라운지를 만드는가 하면, VIP 가입 문턱을 낮추기도 한다. 젊은 큰손이 늘어나면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4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최근 백화점 VIP 고객 중 20·30대 비중이 크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2019년 말 전체 VIP 중 19%였던 20·30대 비중이 지난달 말 기준 28%로 9%포인트 증가했다. VIP 고객 10명 중 3명 가까이가 연 3000만원어치 이상을 구매하는 20·30대라는 얘기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15→25%, 18→25%로 20·30대 VIP가 늘었다.

20·30대 VIP는 쇼핑 스타일에서 다른 연령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명품·해외패션 구매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명품 중에서도 선호하는 제품군이 다르다. 40·50대는 가방과 고가 의류에 구매가 집중되지만 20·30대는 가방뿐 아니라 스마트폰케이스, 머리핀, 애견의류 등 생활 밀접형 소품류도 많이 산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또 기존 백화점 큰손들은 무료로 제공하는 문화공연 관람을 즐겼는데, 20·30대는 가격 할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영리치 사로잡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0·30대 전용 VIP를 도입한 데 이어 서울 더현대서울과 경기 판교점에 전용 라운지를 만들었다. 이곳엔 ‘나이 제한’에 걸리면 입장할 수 없다. 올해 기준 39세(1984년생)까지다.

신세계백화점은 2030대를 겨냥해 VIP 가입 문턱을 대폭 낮췄다. 연 400만원 이상만 써도 VIP가 되는 ‘레드클럽’을 운영 중이다. 전용 주차 서비스, 생일 특별 할인 같은 혜택을 준다.

롯데백화점은 MZ세대 전용 멤버십인 ‘와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20~35세 대상 유료 멤버십으로, 가입비 10만원을 내면 무료주차·발레파킹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올 1월 공식 출범한 뒤 누적 회원 수 3000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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