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 고질병인데…의사들이 답한 진찰시간은 "6분43초"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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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의 음압진료실.연합뉴스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의 음압진료실.연합뉴스

전문기자의 촉: 의사 진찰시간 논란 

한국 의료의 고질병은 소위 '3분 진료'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료는 진찰시간을 말한다. 3분 진료는 짧은 진찰시간을 상징하는 용어로 통한다. 의사는 몇분 진료한다고 생각할까.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의사의 진찰시간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 온 외래 환자를 진찰하는 초진은 11.81분, 재진에는 6.43분이다.

연구소는 2020년 전국의사조사(KPS) 자료를 활용했다. 설문조사 대상 의사 6만~7만명 중 진찰시간 항목에 응답한 4729명을 분석했다. 동네의원에서부터 상급종합병원 의사, 공중보건의사 등을 망라해서 조사했다. 연구소는 "초진・재진 시 통상 외래환자 1명당 소요되는 진찰시간을 어떻게 사용하십니까”라고 질문했고, ①문진 ②신체검진 ③상담 및 교육 ④ 진료기록 및 처방전 작성 시간을 합하도록 요청했다.

진료 과목별로 차이가 있다(응답의사 100명 이하 과는 제외). 재진 기준으로 가장 길게 진찰하는 의사는 정신건강의학과이며, 재진시간은 11.32분이다. 초진도 28.85분으로 가장 길다. 마취통증의학과(8.47분), 산부인과(8.21분), 성형외과(8.09분), 재활의학과(7.66분) 등이 긴 편이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진료 특성상 상담치료가 길다. 게다가 유일하게 오래 진료할수록 진찰료가 높게 책정돼  있다. 10분 이하는 1만3130원(동네의원 기준), 40분 초과는 8만800원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재진 시간이 가장 짧은 데는 정형외과이다. 4.89분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진찰은 짧고 물리치료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비인후과가 5.01분으로 바로 뒤이다. 비뇨의학과·신경과·내과·안과·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일반의(비전문의)가 5분대이다. 초진 기준으로는 이비인후과가 7.64분으로 가장 짧다. 의사의 연령이 높을수록 길어진다. 30대 미만은 5.05분, 50대 6.91분, 70대 이상은 7.33분이다. 남자 의사(6.21분)보다 여자(7.25분)가 더 길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번 조사 결과는 환자의 체감 시간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의 말이다.

"동네의원에 가면 의사가 별로 물어보는 게 없어요. '이상 있느냐'는 의사의 질문에 '그런 데가 없다'고 말하면 끝입니다. 경험으로 봐서 진찰시간이 길지 않아요."

안기종 대표도 같은 입장이다. 안 대표는 "진찰시간이 4~6분이라고 나왔는데, 이는 환자의 체감시간과 차이가 있고, 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환자가 원하는 양질의 진료를 받기에는 시간이 짧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이정찬 부연구위원은 "진찰시간을 정확하게 조사하려면 스톱워치로 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설문조사이다 보니 응답자가 실제보다 길게 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문진·신체검진, 상담 및 교육 등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적다 보니 길게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은 "환자는 의사 앞 의자에 앉을 때부터 일어날 때까지를 진찰시간으로 여기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의 출입시간, 가방을 놓고 옷을 벗는 시간도 진찰시간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일주일 진료한 초진환자는 39.7명, 재진환자는 125.25명이다. 초진은안과·이비인후과,재진은 정형외과·안과·비뇨의학과가 많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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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이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진찰시간, 환자의 방문횟수 등을 비교했다. 스웨덴·미국·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국민 1인당 의사 방문횟수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가 적고, 진찰시간은 길다. 반면 한국은 방문횟수나 환자가 가장 많고, 진찰시간은 매우 짧다. 한국은 진찰 수가가 낮고, 진찰시간이 짧다. 스웨덴 등의 선진국은 수가가 높고 진찰시간이 길다.

이정찬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박리다매 형태의 진료이다. 이번 조사에서 상담·교육시간이 많을수록 의사의 만족도가 높고, 진찰시간이 짧을수록 소진(번아웃)이 감소했다"며 "오래 진찰할수록 의사-환자 관계가 좋아지고 진찰의 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심층진찰 시범사업 지원을 확대하고, 진찰시간이 더 필요한 소아·임산부·노인·장애인 등의 환자에 대한 진찰 수가 가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 개업의사는 "하루 환자 30명까지 진찰 수가를 두 배로 올리면 진찰시간이 길어지고 진료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대표는 "의사는 언제나 수가 인상을, 환자는 언제나 설명 확대를 가장 원한다"며 "적정 진찰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 환자가 뭘 물을지, 의사는 어떻게 대응할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화 회장은 "환자 부담금이 얼마 안 돼 진찰시간의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전체 진찰 수가가 2만원가량이라는 점을 알고, 진찰시간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인식해 주눅 들지 말고 의사에게 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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