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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집앞까지 몰려가 “GTX 반대” 시위…이웃들 소음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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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이 이 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을 반대하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이 이 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을 반대하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이달 12일부터 평일 오전 9시30분과 주말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집결한 수백 명 규모의 시위대가 여러 대의 전세 버스에 일제히 탑승한다. 이들은 용산구 한남동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자택 등에서 손에 피켓을 들고 머리에는 빨간 두건을 두르고 구호를 외친다. 피켓에는 “GTX-C 은마아파트 관통 결사반대” “현대건설 우회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설계상 이 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을 반대하며 이 프로젝트 공사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을 대상으로 벌이는 시위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서울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 심도 약 50m를 관통한다.

은마아파트 건물 외벽에는 “목숨 팔아 돈 버느냐” “세계 최초 주거지 발파”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대형 ‘영정 프레임’ 속에 걸려 있다. 이태원 참사 직후에는 “이태원 참사 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라고 썼다가 비난이 들끓자 바로 내리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의 이런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집회지 인근 주민은 주거지역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과 피켓, 그리고 소음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이와 관련, 정부는 29일 GTX 반대 시위의 주체인 이 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의 운영실태를 감독하기 위해 합동 행정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재건축추진위가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금을 GTX 반대 시위 등에 사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가 조사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구청, 한국부동산원, 변호사, 회계사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다음 달 7일부터 16일까지 재건축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의 운영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GTX-C 노선 관련 은마아파트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사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방해하고 선동하는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시아버지 소유의 은마아파트 한 채의 1만분의 1 지분을 갖고 있다. 시가로 치면 20만원 정도인 극소규모의 지분을 가진 사람이 4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도 문제라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한 가구의 일정 비율(최소 50%) 지분을 소유해야만 추진위와 조합 임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입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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