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바이든, 中 시위 면밀히 주시"...英·獨 정상도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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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제로 코로나' 봉쇄 반대 시위에 대해 서방에서 이를 지지하고, 중국 당국의 과잉 대응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중국의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평화적 시위의 권리를 지지한다"며 "앞으로 시위의 향방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련 언급은 피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8일 브리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시위 문제를 주시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관련해 자세히 보고받고 주시하고 있으며, 확실히 (중국 내) 시위 활동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선 "봉쇄는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다"면서 "중국 내에도 분명히 그것(제로 코로나)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은 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자유'나 '시진핑 퇴진'을 외치는 중국 시위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은 어떤가"란 질문에 "대통령은 전 세계 시위자들을 대변하진 않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미국은 중국 정부에 시위대와 언론인 구금 중단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린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면서도 미·중 갈등이 악화하지 않도록 당장은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정부는 중국 시위에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반면 미 공화당 내에선 중국 시위대에 대한 보다 강력한 연대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마이클 맥콜 공화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이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8일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에서도 중국 내 시위에 대한 지지 표명이 나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주요 외교정책 연설에서 자국의 BBC 기자가 전날 상하이 시위를 취재하던 중 현지 공안에 붙잡혀 구타당한 일을 언급했다.

수낵 총리는 "시위에 직면한 중국은 BBC 기자를 폭행하는 등 추가적인 강력 단속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하고 있다"며 "이 도전은 중국의 권위주의가 강화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서방과의 교역 증가가 중국의 정치 개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순진한 생각'과 함께 영·중 관계의 '황금 시대(golden era)'는 끝났다"고도 했다. 영·중 양국의 '황금 시대'란 앞서 2015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모색했을 때 나왔던 개념이다.

수낵 내각의 대중 태세는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수낵 총리는 재무장관 시절 대중 관계에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추진된 수낵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무산되기도 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도 이날 취재진에 "중국인들 스스로 중국 정부가 부과한 규제에 대해 깊은 불만을 가진 게 분명하다"며 "중국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28일 중국 내 시위와 연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P=연합뉴스

독일의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표현과 시위의 자유를 존중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여러 도시에서 우리에게 도달하는 장면들은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며 "독일보다 훨씬 엄격하고, 오래 지속된 중국의 방역 조치가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일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중국 당국에 평화적인 시위를 할 권리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제러미 로런스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 "우린 중국 당국이 국제 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평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구금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