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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손흥민 출전 가능" 우루과이 감독 "부상 약점 이용 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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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축구대표팀 파우룰 벤투(오른쪽) 감독과 손흥민이 지난 21일 훈련 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 축구대표팀 파우룰 벤투(오른쪽) 감독과 손흥민이 지난 21일 훈련 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은 1차전 출전이 가능하다.”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23일 카타르 알라얀의 메인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굴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손흥민이 24일 우루과이와의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설 만큼 회복했음을 알렸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과 김진수(전북)는 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은 내일 못 뛸 것 같다”며 “손흥민은 안면보호 마스크 착용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익숙해졌고, 팀에 잘 녹아 들었다. 경기 당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희망하건데 손흥민이 최대한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고, 최고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3일 사전 기자회견에 나선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 김현동 기자

23일 사전 기자회견에 나선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 김현동 기자

우루과이의 디에고 알론소(47·우루과이) 감독은 ‘마스크를 쓴 손흥민의 부상 약점을 공략할 것인가’란 질문에 “한국과 손흥민에 최고의 존경심을 갖고 있다. 우리 기량을 활용하지, 한국의 약점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베테랑 수비수 디에고 고딘(36)은 “한국을 존중하며 역동적인 팀이다. ‘오늘날의 고딘’은 20년 전 고딘의 모습과 다르지만 열정을 불사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2010년 월드컵 16강에서 한국이 우루과이에 (1-2로) 패했다. 내일은 균형 잡힌 대등한 경기가 되길 바라며, 팀 전체로 그렇게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이어 “항상 16강에 진출하는 팀이라면 압박감을 느끼겠지만, 한국은 16강 진출이 2번 밖에 없다. 그 중 한 번은 한일이 공동 개최했을 때이며, 16강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압박감을 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우루과이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관련 질문에 그는 “신체조건 등이 아주 훌륭한 최고의 미드필더라고 생각한다. 경기 결과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경계했다.

사전 기자회견에 나선 디에고 알론소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사전 기자회견에 나선 디에고 알론소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벤투는 역대 감독 73명 중 가장 오래 한국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18년 8월22일부터 헤아려 24일로 1555일째다.

한국축구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벤투를 향하는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성적만 놓고 보면 나쁘지는 않다. A매치 53경기에서 34승12무7패, 승률 64.1%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부임 당시 57위에서 현재 28위로 끌어올렸다.

벤투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4년째 후방부터 차근차근 공격을 만들어 가는 빌드업 전술을 고수했다. 그 전까지 한국 축구는 상대가 하려는 걸 못하게 방해하는 스타일의 축구였다. 벤투 감독은 '프로 액티브 풋볼', 즉 우리 주도로 경기를 끌어가려고 한다. 이재성(30·마인츠) 등 주축선수들의 신뢰를 받는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정우영(알 사드) 역시 “4년 전 월드컵은 쫓기듯 치렀는데, 이번에는 4년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이 훨씬 안정감이 생기고 조직적으로 한 팀이 됐다”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손흥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손흥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상대가 브라질이든, 카타르든, 벤투 전술은 ‘붕어빵’처럼 비슷하다는 점이다. 선수 선발과 전술도 보수적이다. 이강인(21·마요르카)을 최종 명단에 뽑았지만, 지난 9월 2차례 평가전에서 실험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고집불통 이미지 탓에 인기도 바닥이다.

두 번 연속 한일전에서 0-3 참패는 그를 향한 여론이 싸늘해진 결정적인 계기다. 움베르투 쿠엘류(현 포르투갈축구협회 부회장)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조차 “벤투는 고집이 세다”고 말했다고 한다.

벤투 감독은 최근 한 다큐멘터리에서 “날 대표팀에서 은퇴 시킨 한국을 이끌고 카타르월드컵에 참가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2년 6월14일 당시 포르투갈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벤투는 한국전에서 풀타임을 뛰었지만 0-1 패배와 조별리그 탈락을 막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A매치였다. 운명의 장난처럼, 20년 만에 벤투는 조국 포르투갈에 칼을 겨눠야 한다.  벤투는 “난 포르투갈과 경기할 때도 포르투갈 국민이다. 하지만 프로로서 한국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어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굉장히 긴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벤투 감독이 이끈 포르투갈은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 조 3위로 탈락했다.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된 벤투 감독은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까. 벤투 감독의 임기는 한국이 탈락할 때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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