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년 상반기/핵안전협정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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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핵없는 나라에 핵 선제사용 않는다”/미국 원칙 「선별 확인」 수긍/미ㆍ북한ㆍIAEA 북경 접촉/미서 정부측에 결과 알려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협정 체결을 거부해오던 입장을 바꾸어 빠르면 내년초,늦어도 내년 상반기중에는 협정체결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핵안전협정을 체결하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게 되어 사실상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게 되며,그럴 경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정치ㆍ군사정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5일 『최근 북한의 핵안전협정 체결문제를 놓고 미국ㆍIAEA와 북한간에 북경에서 밀도있는 협의가 진행되어왔으며 그 결과 북한이 빠른 시일내에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미측이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또 현재 방한중인 리처드 솔로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도 우리 정부관계자들과 만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자는 『미측은 북한의 협정 수락시기는 빠르면 내년초,늦어도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하고 『북한이 핵안전협정에 가입하면 미­북한 관계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되어 이에 따른 미국의 대북한정책 변화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 선제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지 않는 한 핵안전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고 버텨오다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이미 발표한 「비핵보유국에 대해선 선제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미 정부의 일반원칙을 북한에도 확실히 적용한다는 「선별 확인」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핵안전협정 체결을 수락키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는 『미국소식통들의 전언과 우리측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소련ㆍ중국으로부터도 핵안전협정을 수락하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받아왔으며 특히 최근 일본과의 조기 수교교섭에서 협정체결에 응하지 않고는 대미ㆍ대일 관계개선이 어렵다는 상황인식을 분명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국자는 『북한이 현재의 추세대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면 95년까지 미사일 등 운반수단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와 미국의 판단』이라며 『이때문에 정부와 미ㆍ일 등 우방은 물론 소련ㆍ중국까지 북한이 핵안전협정을 수락하지 않는 한 대서방 관계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측에 집요하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정부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북방 90㎞ 지점의 영변에 3개의 원자로와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운반수단으로는 소련제 지대지미사일 스커드B를 개조해 한국 전역을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85년 12월 핵확산방지협정(NPT)에 가입했으나 이후 18개월내에 체결토록 되어 있는 핵안전협정은 계속 거부해왔다.
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은 원자력이 핵무기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IAEA가 실시하는 엄정한 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이 이 협정에 가입하고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게 되면 현재 시비거리가 되고 있는 남한내 핵무기 존재여부와 이를 둘러싼 미국ㆍ남북한간의 핵무기 공방은 새로운 차원의 문제로 바뀌게 되며 남북한 및 주변국가의 정치ㆍ군사 질서에도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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