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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파산 불똥…국내 고팍스도 일부 서비스 출금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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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계 3위 암호화폐거래소인 FTX의 파산 파장이 국내로도 번졌다.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가 자체 예치 서비스 ‘고파이’ 상품 출금이 지연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암호화폐 투자자 불안 해소 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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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투자 불안 증폭으로 ‘코인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기업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고객이 거래소에 맡긴 암호화폐는 거래소가 앞으로 고객에 지급 의무가 있는 ‘빚(부채)’으로 인식하게 하는 한편, 리플·테더 등 일부 암호화폐는 주식·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17일 중앙일보는 이런 내용이 담긴 금융감독원의 ‘가상자산 회계·감사 이슈 및 회계실무 지원 방안’ 최종안을 단독 입수했다. 최종안은 다음 달 금감원·한국회계기준원·한국공인회계사회 등 관계 기관 공동 세미나를 거쳐 발표된다.

현재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고객이 맡긴 암호화폐를 회계장부(재무상태표)에 아예 기록하지 않는다. 거래소가 사용 권한(통제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 일각에선 거래소가 위탁 암호화폐를 부채로 인식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에 대한 지급 의무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FTX 사태에서처럼 거래소가 해킹·도난·분실 등으로 고객 자산을 잃어버려도 ‘빚진 게 없다’는 이유로 돌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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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위탁 암호화폐를 부채로 회계 처리하고 있고, 미국 역시 조만간 같은 취지의 회계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객 위탁 암호화폐를 부채로 인식하면, 거래소의 지급 의무도 명확해져 고객 불안도 덜 수 있다”며 “다만, 실제 적용 여부는 관계 기관과 검토해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빗썸코리아의 올해 3분기 기준 고객이 위탁한 암호화폐는 5조3786억원 규모다. 전체 부채총계(9175억원)의 5배가 넘는다. 위탁 암호화폐가 부채로 인식되면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암호화폐거래소의 자본 확충도 유도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또 리플·테더(USDT) 등 일부 암호화폐의 경우 주식·채권처럼 금융상품으로 회계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분류하면 보유 기업은 암호화폐 가격이 오를 땐 평가이익이 늘고, 가격이 내리면 평가손실이 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회계 원칙에 맞게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FTX의 파산 여파로 암호화폐 대부업계 ‘큰손’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16일(현지시간) 신규 대출과 환매 일시 중단을 공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FTX에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원)가 묶여있다. 여기에 이용자들의 인출 요구가 빗발치자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유동성 위기가 모기업 DCG까지 번질지 주목하고 있다. DCG는 디지털자산 관리회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 등을 계열사로 둔 암호화폐 대기업이다.

거래량 기준 세계 6위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제미니 언’ 서비스를 이날 일시 중단했다. 이 서비스가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운용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도 17일 ‘고파이’ 상품의 원금과 이자 지급을 일시 중단했다. 고파이는 제미니의 ‘제미니 언’처럼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이자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운용한다. DCG는 고팍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고팍스 측은 “협력사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신규 대출과 환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고파이 상품의 원금과 이자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모든 자산을 상환받기 위해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모회사 DCG 등에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급 일시 중단은 고파이 상품에만 해당하며 고팍스 이용자가 예치한 자산은 분리 보관돼 100% 보유 중이며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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