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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년 내내 고생했는데 파이팅”…핫팩 준 경찰, 학생 태워준 오토바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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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엄마, 잘 보고 올게!”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 오전 7시. 패딩 점퍼의 지퍼를 단단하게 여민 한 남학생이 부모와 포옹한 뒤 가벼운 목소리로 인사하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 ‘코로나 수능’은 응원전 없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영하권의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아침 날씨가 최저기온 6도로 쌀쌀했기에 배웅 나온 가족들과 학생들 모두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는 등의 모습이었다. “수능 잘 보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수험생들을 상대로 핫팩을 나눠주는 경찰들도 보였다.

수험생들은 긴장된 얼굴로 등에는 배낭, 한 손에는 보온병과 도시락이 든 쇼핑백을 들고 교문을 지나쳤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퀵서비스 오토바이와 경찰차를 타고 온 학생들도 나타나 주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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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 전지호(18)씨는 “아침밥으로 북엇국을 먹고 왔다”며 “긴장되지만 잘 치르고 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재수생 김동건(19)씨는 “실수만 안 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손을 잡고 교문 앞까지 걸어온 뒤 어깨를 두드리고 포옹하며 배웅했다. 한 어머니는 자녀가 교문에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바라보다, 시선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 교문 앞에서 눈을 감고 두 손 모아 조용히 기도했다.

새벽 4시부터 도시락을 준비했다는 한동연(50)씨는 “외아들의 수능인데 담대한 마음으로 다녀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자녀를 배웅한 전다림(46)씨는 “코로나 3년 내내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고생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며 “소화 안 될까 봐 도시락에 소화제를 한 병 넣었다”고 말했다. 지하철로 1시간 거리를 함께 왔다는 아버지 강희철(50)씨는 “도저히 일이 되지 않을 거 같아 하루 연차를 냈다”고 했다.

용산고는 오전 8시10분 입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혹시 모를 지각생들을 위해 문을 열어뒀다. 마지막 수험생은 9분 늦은 8시19분에 도착했다. 8시20분이 되자 학교 관계자가 쪽문까지 단단히 닫았다.

수험장에 들어간 학생들은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안 복도에서는 학생들이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며 긴장을 푸는 모습이었다.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곳의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총 지원자는 50만803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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