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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수학 지난해보다 다소 쉬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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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불수능’으로 불린 지난해보다는 다소 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변별력이 있는 문제들이 출제돼 수험생이 체감하는 난도는 낮지 않았을 거란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보다 1791명이 줄어든 50만8030명이 원서를 접수시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이과 통합 체제로 치러진 이번 수능에서 수험생은 국어와 수학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선택과목을 골라 시험을 치렀다.

박윤봉(충남대 화학과 교수) 수능출제위원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이 너무 어려웠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EBS 연계 비중이 축소돼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어떻게 하면 수험생이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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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사들과 입시업체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은 지난해보다 쉬웠다는 평이 우세하다. 하지만 영어는 매우 어려웠던 지난 수능에 비해 쉬웠다는 평과 어렵다는 평이 엇갈린다. 입시 전문가들은 최상위권 수험생에게는 전반적으로 쉽게 느껴졌겠지만 중상위권은 체감 난도가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올해 수능에서 재수생 등 ‘N수생’의 비율이 31.1%로 높다는 점과 현재 고3이 3년간 코로나19를 겪어 학력 격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 난이도는 개인차가 클 수 있다.

수학,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중간난도 문제 많았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수능 성적은 다음 달 9일 통지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수능 성적은 다음 달 9일 통지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국어 영역은 역대급 ‘불국어’였던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고 올해 9월 모의평가(모평)와 비슷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수능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9점으로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지만, 올해 9월 모평에서는 140점으로 떨어졌다. 입시업계에서는 통상 145점을 넘으면 불수능, 135점 이하면 물수능이라 부른다.

김용진 동대부속여고 교사는 “최근 국어 영역 출제 경향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지문 길이는 과거보다 조금 짧아졌지만, 정보량이 많고 학생들이 문항을 통해 추론하도록 해 사고력을 측정했다”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도 “문학은 세 작품을 EBS 수능 교재에서 출제해 연계율 50%를 유지했다”며 “문제 유형과 틀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학 영역도 어렵게 출제된 지난해 수능이나 9월 모평과 비슷한 난이도로 나왔다. 조만기 남양주 다산고 교사는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문제가 줄었고, 아주 쉽거나 아주 어려운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며 “중간 난도 문제가 많이 나와 수험생들이 문제를 푸는 시간은 비슷하게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에서 ‘킬러 문항’이라 불리는 최고난도 문항은 없었지만 변별력은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대체로 평이하지만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최상위권의 변별력은 다소 하락할 수 있지만, 중상위권 변별력은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신유형은 출제되지 않았고 최고난도 문항의 난도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지난해 정시에서 수학 미적분 선택자가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현상이 있었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어·수학과 달리 영어 난이도를 두고는 교사와 입시업체 간 의견이 엇갈렸다. 교사들은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다”고 했지만, 입시업체에서는 ‘불수능’으로 불린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영어는 2018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됐는데, EBS 지문을 그대로 수능에 가져오는 직접연계 방식이 지난해부터 소재만 따오는 간접연계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올라갔다. 2021학년도 12.66%였던 1등급(90점) 비율은 지난해 수능에서 6.25%로 반 토막이 났고, 올해 6월·9월 모의평가에서는 각각 5.74%, 15.97%로 물과 불을 오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윤희태 영동일고 교사는 “9월 모의평가 1등급 비율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본수능에서는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며 “다만 지난해 수능보다는 1등급 비율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어렵게 출제된 지난해 수능보다도 어려웠다”며 “9월 평가원 모의고사와 비교해서는 대폭 어렵고, 5.74%만이 1등급을 받은 6월 모의고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수험생들도 영어 난도에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김수민(17)양은 “단어가 너무 어렵고 듣기 평가 속도도 빨라진 것 같다”며 “국·영·수 중에 영어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반면에 배재고 김모(18)군은 “난도 조절에 실패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웠지만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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