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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해킹, 한·미 정상 의제까지 올랐다…"코인 등 1조원대 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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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을 무기개발의 '핵심 돈줄'로 지목한 가운데 북한이 사이버 공간에서 절도는 물론 스파이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소리(VOA)는 16일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전날 열린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가 '전 세계 위협'을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과 관련 "북한은 절도와 공격 역량 외에도 스파이 활동을 증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사이버 범죄는 한·미·일 정상들의 연쇄 회담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정상이 북핵문제 및 한·미 연합방위태세 등 양국 간 주요 경제 현안과 역내 및 세계 문제에 관해 협의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문제도 주요 현안으로 들어갔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에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사이버 영역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더 광범위한 위협은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간 (논의의) 주제가 될 것"이라며 해당 사안을 정상간 채널의 주요 의제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레이 국장은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 이란에 대해 얘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북한의 위협을 때때로 간과하고 있다"며 "북한은 제재 여파로 인해 정권을 위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암호화폐 거래소와 같은 곳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의 위협 행위자 집단과 협력하고 있는 자를 체포할 경우 이는 책임을 묻는 측면뿐 아니라 그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그들의 기술과 전술, 절차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파악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미 북한과 연계된 해커 집단에 대한 조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기존 제재망의 틈새로 여겨지는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포토

기존 제재망의 틈새로 여겨지는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포토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장관도 이날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북한은 지난 2년여 동안 10억 달러(약 1조 3160억원)가 넘는 암호화폐와 경화(hard currency)를 강탈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과 같은 적대적인 국가들과 전 세계의 사이버 범죄자들은 계속해서 그들의 전술을 연마하며 더 많은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며 "특히 그들의 랜섬웨어 공격은 우리의 금융기관과 병원, 송유관, 전력망, 그리고 정수처리장을 겨냥해 우리의 일상생활에 대혼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사이버전 수행 능력을 핵·미사일과 함께 3대 전쟁수단으로 규정하며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칭해왔다. 이런 사실은 국가정보원이 2013년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사이버전 실태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10년 만에 사이버 능력을 핵·미사일과 함께 주요한 비대칭 전력으로 활용하는 단계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당국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지난 8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워킹그룹을 열어 이를 추적·방지할 여러 창의적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17일에는 미 국무부와 공동으로 서울에서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북한 사이버위협 대응 한미 실무그룹 회의에서 수석대표인 이태우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왼쪽)과 정 박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북한 사이버위협 대응 한미 실무그룹 회의에서 수석대표인 이태우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왼쪽)과 정 박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에서는 한·미를 비롯해 12개국 이상의 정부 인사와 암호화폐거래소·블록체인 기업 등에서 참석해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수법과 대응 사례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협력 및 국제사회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사이버전을 비롯한 전역영에서의 한·미·일 공조가 확대되자 북한 선전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평화·번영을 3대 비전으로 하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한 것에 대해 "미국 편에 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6일 '남조선판 인디아태평양 전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對)중국 봉쇄를 위한 미국의 인디아태평양 전략과 명칭부터 같으며 그 내용도 미국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며 "미·중 갈등 속에서 확실히 미국 편에 서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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