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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키우고 하늘색 바꿨다"…北미사일 발사 사진 조작 들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최근 공개했던 각종 미사일의 발사 장면 사진 중 일부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핵 전문 민간 연구단체인 오픈 뉴클리어 네트워크(ONN)가 과거 북한의 공개 사진과 비교·분석한 결과다.

ONN은 북한이 지난 9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잇따라 감행했던 미사일 도발을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에서 하늘 등 배경색만 바꿔 재활용하거나, 비공개 사진을 새로운 것처럼 포장해 내놓는 등 이미지 조작에 나선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이 지난달 4일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발사했던 준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의 경우, 비슷한 유형의 미사일인 ‘화성-12형’ㆍ‘화성-14형’ㆍ‘화성-15형’ 등과 달리 사진상 추진체 바닥이 너무 둥글고 매끄럽게 보인다. 노즐의 형태 등 주요 장치를 식별할 수 없고 화염만 보이게 이미지를 왜곡했다는 게 ONN의 분석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앞서 북한은 이같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신형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선전했다. 발사 당시 군 당국은 ‘화성-12형’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 어떤 미사일을 쏜 것인지 확인할 수 없게 사진을 조작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달 1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며 공개한 사진도 조작 흔적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 발사했던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과 매우 유사한데, 이동식 발사대(TEL)의 크기와 화염 밝기만 다른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동일한 발사 장면을 촬영한 것일 수 있다”며 “(미사일 발사 직후 진전된 상황을 담은) 이전에 공개하지 않은 사진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은 한ㆍ미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 기간 발사했던 미사일 관련 사진을 지난 7일 한꺼번에 공개했다. 이 중 일부도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은 지난 2~5일 발사한 여러 종류의 미사일 가운데 신형 전술 단거리탄도미사일(CRBM)로 보이는 미사일의 발사 장면도 내놨는데, 이는 지난 4월 17일 북한이 전날 쐈다며 공개한 미사일 사진과 하늘색만 다를 뿐 완전히 같은 사진으로 분석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고서는 이런 북한의 행태와 관련해 “오래된 사진을 재사용하는 등 북한 발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3일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며 ‘화성-15형’ 개량형 사진을 공개했지만, 현재로썬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 발표와 달리 이 미사일을 ‘화성-17형’으로 추정했다.

그간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보도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도 “북한 내부 선전이나 분석에 혼선을 주기 위한 일종의 기만전술”이란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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