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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개 매장, 알리바바 투자 거절한 중국의 편의점 왕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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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美宜佳 공식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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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서 ‘편의점 왕’이라 불리는 토종 편의점 브랜드가 있다. 중국 전역에 약 3만 개의 매장을 보유한 메이이자(美宜佳·MEIYIJIA) 얘기다. 메이이자는 지난 2021년 연간 매출 500억 위안(약 9조 4045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세븐일레븐의 4배, 로손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매장 수만 놓고 볼 때, 시노펙(中石化) 산하 편의점 브랜드 이제(易捷)를 제외하고는 동종 업계 다른 브랜드가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메이이자는 조용하지만 광적인 속도로 성장해 업계의 히든 챔피언이라 불린다

01. 진격의 메이이자

[사진 美宜佳 공식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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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이자는 중국 국영 기업 둥관탕주(东莞糖酒) 그룹 산하의 편의점 브랜드다.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사이 메이이자는 1000개 매장을 개설했다. 이후 10년(2007년~2017년)은 더 속도가 붙어 1만 개까지 매장을 빠르게 늘렸다. 이후 단 몇 년 사이, 메이이자는 2만 매장 돌파에 이어, 3만 개 매장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메이이자는 놀라운 속도로 매장을 증설했다. 단순히 매장 수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전국구 브랜드로 거듭나는 행보에도 거침이 없었다. 메이이자는 둥관(东莞)에서 출발해, 서서히 주강 삼각주(珠三角) 지역으로 행동반경을 넓힌 뒤, 다시 광둥(广东)에 이어 전국으로 세력 범위를 확장했다.

[사진 美宜佳 공식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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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중국 편의점 업종이 주목받음에 따라 메이이자도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온라인-오프라인의 결합 및 ‘신 유통(新零售)’ 바람이 불면서 알리바바(阿里巴巴), 징둥(京东) 등 대기업이 메이이자에게 투자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메이이자는 여유 있는 흐름 확보 덕분에 이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02. 3만 매장 관리 철학

[사진 美宜佳 공식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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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업종으로 통한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메이이자는 가맹주를 위한 매장 입지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입지는 편의점 성공 공식에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이를 위해 메이이자는 지역 도급제를 시행한다. 다시 말해, 본부 아래 지역별 담당부를 설립하고, 현지의 시장 및 운영 전반을 맡기는 것이다.

그밖에 메이이자는 공급라인에도 공을 들였다. 애초에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가맹주가 늘어날수록 공급업체와의 가격 흥정이 유리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매장 수가 늘어남에 따라, 메이이자의 공급업체의 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구매 시 선택의 여지가 늘어났다는 얘기이며, 가격 흥정의 주도권을 얻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쾌속 확장 방식은 가맹점 관리 부실로 말미암은 이슈를 낳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해 초, 샤먼(厦门) 메이이자 매장에서 가짜 담배를 찾았다가 처벌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 또 가맹주가 메이이자의 배송 시스템 결함을 폭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03. 메이이자의 앞으로 성장 방향은?

[사진 美宜佳 공식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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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수에서는 ‘중국 최고’를 달성했지만, 메이이자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새로운 브랜드 협업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신 유통 브랜드들은 1선 대도시 메이저 편의점과의 협업을 선호하는데, 메이이자의 경우 가맹점이 지방 소도시에 분산되어 있어서다. 게다가 본사에서 직접 통제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메이이자 장궈헝(张国衡) 회장은 “앞으로는 유통채널에서 서비스로 중심축을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현재 편의점 업계에서는 매장 개설과 시장 선점을 넘어, 본질적인 효율 제고가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핵심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각 매장의 순이익도 핵심 지표로 꼽힌다. 세븐일레븐, 로손 등 일본계 편의점과 비교하면, 메이이자의 단일 매장 이윤은 여전히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관건은 자체 상품 개발이다. 자체 PB 상품은 다른 편의점 브랜드와 차별화를 하는 동시에 재구매율과 이윤을 동시에 높이는 방법이다.

[사진 신랑차이징]

[사진 신랑차이징]

반면, 중국 토종 편의점 브랜드들은 자체 상품 개발 측면에서 일본 등 외국 편의점 브랜드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븐일레븐은 자체 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지만, 중국 토종 편의점은 대체로 10분의 1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메이이자는 현재 자체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며 PB 상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현재 중국에서 편의점은 주목받는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기도 하다. 메이이자는 빠른 속도로 매장을 확장해 ‘편의점 왕’에 등극했지만, 아직 질적 성장이라는 또 다른 도전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앞서 중국에는 미쉐빙청(蜜雪冰城)처럼 가성비를 내세워 빠르게 세력을 키운 성공사례들이 많다. 반면, 빠른 확장을 하려다 중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고꾸라진 선례 역시 적지 않다. ‘편의점 왕’ 메이이자는 전자와 후자 중 어떤 사례로 기록될 것인가. 중국 편의점 업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글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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