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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희생자 155명 실명 노출…한동훈 “법적으로 큰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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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 상황에서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 공개가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한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페이스북)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 명단을 공개했다. 희생자 실명 노출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명단 게재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민들레는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155명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참사 발생 16일 만에 이름 공개, 진정한 애도 계기 되길’이란 문구와 함께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지난달 31일 기준)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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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민들레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름을 부르는 게 애도의 출발점이다. 한 언론으로서 상주가 돼 희생자의 이름을 호명하는 취지”라며 “유가족의 슬픔을 사회가 같이 짊어지는 데 일조하는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들레 측은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그간 희생자 명단 공개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도 비공개가 정당하다면, 유족 대다수가 원치 않는 이태원 희생자 명단은 왜 공개되어야 합니까”라고 썼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명단을 다 공개하자는 얘기를 외부인이 먼저 한다? 이거는 정말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단 공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처벌 대상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에 출석해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 TF’도 이날 성명을 내고 희생자 명단 공개 철회를 요청했다. TF는 “헌법과 국제인권 기준이 정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 보호의 원칙에 따라 희생자 명단이 유가족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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