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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이 미래 먹거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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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경원 COP27대통령특사, 전 국회의원

나경원 COP27대통령특사, 전 국회의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은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기후 행동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며 기후 취약국인 작은 섬나라를 돕기 위한 국제금융체계 개편과 금융 지원을 요구하며 기후 정의를 외쳤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기후 선도국 대통령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세계 11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시작 전부터 갈등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후 선도국들이 탄소중립 의무를 이행하는데 어려운 환경이었고, 1000억 달러 출연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국의 어려운 경제와 강(强)달러는 비관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녹색기술은 모든 산업에서 필요
시장 확대에 더 많은 투자 요구
국제표준의 녹색기술 개발해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이번 COP27의 주제는 ‘이행을 위해 함께(Together for Implementation)’였다. 개도국이고 아프리카 국가인 이집트에서 개최되는 만큼 개도국들의 기후 행동을 위한 선진국의 적극적 노력 요구는 거셌다. 특히 1000억 달러 출연 약속을 공여국들이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 물론 탄소 배출로 인해 개도국이 입은 손실과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문제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은 모든 국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에 대한 논의를 더 공격적으로 하기 시작하였고, 공여국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 등에 대해서는 경제 규모에 맞는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기후 대응에 있어 약간은 얄미운 존재로 보이기 쉽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기여하는 것이 적고, 비교적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외교 비전을 갖고, 국제사회에 더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자 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대외적으로 약속한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 감축량을 40%로 정한 도전적 NDC를 수용하고, 과학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그 실행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생존의 문제이자 미래산업의 산실이므로 먹거리의 문제이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 협약이 체결된 이후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이 채택되며 국제사회는 21세기 말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사실상 지금이 결정적 10년이라고 보고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5월 다보스 포럼을 찾았을 때도 필립스 최고경영자(CEO) 허튼은 플라스틱 재생을 비롯한 순환경제를 강조하고, 토머스 도닐런 블랙록 투자연구소 의장은 앞으로 직·간접 배출을 넘은 생활 배출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존 케리 특사를 중심으로 선도국연합(FMC)을 구성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해운·항공·알루미늄·철강 등 8대 산업에서 저탄소 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시장 규모를 키우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기술 요구는 전 산업에서 필요하게 되고, 그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더 빨리,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번 COP에서 산림·해운 등 부문별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린 정부개발원조(ODA) 확대와 개도국의 녹색 전환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대한민국이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경험을 기초로 개도국과 선진국의 가교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도 더는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에서 인류 미래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린 ODA 브랜드화는 물론 “녹색기술은 종국적으로 글로벌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처럼 개도국의 녹색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 당장은 불편하고 매우 힘든 과제라고 하더라도 탄소중립 목표를 도전적으로 정하고 국제사회의 표준설계에 참여해 우리의 녹색기술 개발과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기후대응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오늘 우리의 문제이다. 이념이나 세대가 개입할 문제도 아니다. 기후대응 그랜드 플랜은 물론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당장 우리 집의 난방 온도부터 내리는 노력, 일회용 컵보다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경원 COP27대통령특사,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