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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촉법소년 연령 하향보다 선도가 우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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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장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장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형법과 소년법을 개정해 촉법소년 상한 나이를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내리는 방안을 포함하는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형사처분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따라서 법 개정이 완료되면 만 13세는 촉법소년에서 제외가 되어 형사처분을 받게 된다.

촉법소년 상한 나이를 낮춘다 해서 이 아이들의 재범을 예방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반론이 만만치가 않다. 잔인하고 흉포한 소년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처벌 나이를 낮추어 엄벌을 약속하는 방안은 정치가나 공직자들이 뭔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줄 수 있는 쉬운 방법이고, 대중의 분노에 편승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와 학술 자료를 참고해 진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여론몰이식 성급한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내릴 듯
더 많은 청소년 전과자 만들 수도
다양한 교화 프로그램 마련해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아동사법제도에서의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일반논평’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14살”이라고 명시하였다. 위원회는 “아동이 심각한 피의자인 경우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더 낮게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는 관행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며 “그러한 관행은 일반적으로 대중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가 많고 아동의 발달에 대한 합리적 바탕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에는 현행 연령 기준의 유지를 권고하였다.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형법 체계는 독일과 프랑스의 대륙법 체계이다. 독일에서는 형사미성년자가 14세로 되어 있는데 이를 낮출지 말지를 놓고 30년 이상 학계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14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년 범죄자를 성인 범죄자와 다르게 처리하는 절차를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영국과 미국에서 전개된 소년사법운동을 통해서다. 국가가 모든 국민의 보호자이며, 따라서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자녀를 보호해 줄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국친사상이 밑바탕에 깔렸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합리적 사고와 판단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거나 완성되지 않았으며, 환경과 주위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 자신의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지기에는 미흡하다.

판단 능력이 미성숙한 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교도소에 갔다 오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일 가능성이 커진다. 또 주위 사람들에 의한 사회적 낙인으로 대인관계와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촉법소년 상한 나이를 만14세에서 13세로 낮추면 그만큼 형사처분을 받는 소년 숫자가 늘어나고, 어려서부터 전과를 쌓아 나가는 아이들도 는다. 이들이 상습적 성인 범죄자로 전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생긴다. 따라서 과연 소년범죄자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능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년은 성인보다 개선과 행동 변화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소년에 대해 형벌을 과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소년이 교도소에서 나쁜 영향을 받아 범죄 성향을 심화시킬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소년범죄자의 교화와 선도에 우리 사회의 자원과 노력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만약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강행한다면 처벌을 받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더 많은 저연령 전과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 10대 때 범죄 전과가 누적되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형 범죄자가 늘어나 사회의 선도를 거부할 우려가 크다. 결국 처벌 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청소년들에게 반성과 변화를 유도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촉법소년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고 다양한 교화 프로그램들을 갖추며 사회의 관심과 사랑을 쏟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