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널' 실존인물, 18년 살던 파리공항서 숨져…사인은

영화 ‘터미널’ 속 주인공의 모델인 이란 국적의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가 1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사진은 2004년 나세리가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 안에 서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톰 행크스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터미널’ 속 망명객의 실제 모델인 이란 국적의 남성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AP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리는 12일 낮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 2층 터미널에서 자연사했다. 사인은 심장마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1945년 이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세리는 이란에서 왕정 반대 운동을 하다가 1970년대에 여권 없이 추방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고 벨기에에 거주하던 나세리는 1988년 어머니가 사는 영국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파리에 도착했지만, 기차역에서 난민 관련 서류가 든 가방을 분실했다고 한다.

이어 파리 공항 출국심사는 무사 통과해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내렸지만 난민 서류가 없어 입국이 불허됐고, 다시 샤를드골 공항으로 이송됐다.

프랑스 당국도 그를 추방하려했지만 무국적 상태인 그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를 공항 터미널에 방치했고, 결국 그는 2006년까지 18년간 공항에서 거주했다.

반면 이란은 당초 그를 추방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9년 프랑스로부터 난민 지위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공항에 머물기를 선택했다는 주장도 있어 실제 공항에서 지낸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진실 공방이 남아있었다.

2004년 나세리가 샤를드골 공항에서 영화 '터미널' 포스터를 가지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의 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에 영감을 받아 2004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을 제작했다.

영화의 결말과 달리 나세리는 영화사에서 받은 돈을 갖고 2006년 공항을 떠났다. 이후 파리의 무주택자 보호소 등을 전전하다 숨지기 몇 주 전 샤를드골 공항으로 돌아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사망 당시 그는 수중에 수천 유로를 지니고 있었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