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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가성비'에 유럽도 눈독…몰래 하늘 날던 비행기 반전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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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외교안보팀장의 픽 : 초도비행 

T-50 골든이글 초음속 훈련기. 사진 KAI

T-50 골든이글 초음속 훈련기. 사진 KAI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인 2002년 10월 30일 경남 사천의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 T-50 훈련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당시 이준 국방부 장관, 김대욱 공군참모총장, 길형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이날은 T-50의 초도비행(첫 비행)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 T-50의 첫 비행은 그해 8월 20일에 이미 비밀리에 있었다.

군 당국은 T-50이 제대로 날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군은 시제기 조종사를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외부에 알리지 말고 첫 비행을 하기로 했다.

T-50은 '진짜' 첫 비행에서 군 당국의 기우와 달리 힘차게 날았다. 현장에 이를 지켜본 일부 군 관계자와 KAI 임직원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T-50은 첫 국산 초음속 항공기다. 한국이 설계하고 제조했지만, 사실 세계 최대의 방산기업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도움이 컸다.

한국은 1992년 록히드마틴과 함께 T-50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97년 외환위기로 사업 진행이 좀 더뎌졌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2001년 10월 31일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T-50은 ‘골든이글’이라는 이름도 가졌다.

T-50은 대단한 훈련기다. 최고속도는 마하 1.5(시속 1836㎞) 이상이다.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한다. 더군다나 F-16과의 부품 호환성과 조종 호환성이 높다. T-50으로 비행훈련을 받은 공군 조종사는 큰 어려움 없이 F-16을 몰 수 있으며, T-50을 맡은 정비사도 F-16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T-50의 수출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훈련기 가운데 가장 빠르지만, 가장 비싸기도(1대 당 2500만 달러) 한 게 발목을 잡았다. 2011년 T-50을 버리고 이탈리아의 M345를 훈련기로 선택한 폴란드의 국방부 차관은 “운전을 배우기 위해 페라리가 필요하지는 않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T-50은 인도네시아(22대), 이라크(24대), 태국(16대)에 팔렸지만, 전 세계 훈련기 시장을 싹쓸이할 것이란 당초 기대엔 턱도 없었다.

T-50은 T-50B 특수비행기와 TA-50 전술입문기로 분화했으며, FA-50 경전투기로도 진화했다.

그리고 FA-50이 대박을 쳤다. 훈련기로 수퍼카급이지만, 전투기론 최고의 가성비다. 스텔스 전투기가 공중을 지배하고 있지만, 모든 나라가 스텔스 전투기를 살 형편이 아니다. 또 스텔스 전투기가 절실한 안보환경이 아닌 나라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FA-50과 같이 값싸고 성능도 좋은 전투기를 많이들 찾고 있다. 전투기면서도 훈련기로도 쓸 수 있다.

오죽하면 T-50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폴란드가 올해 FA-50 48대 구매 계약을 맺었다. 몇몇 유럽 국가들이 FA-50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더니 맏형인 T-50은 280대 규모의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고등훈련기ㆍ전술훈련기 사업을 통해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이 독자적으로 만든 전투기인 KF-21 보라매 시제 2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했다. 좌절을 딛고 일어난 T-50의 DNA가 KF-21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또 다른 성공신화를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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