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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검찰, 소설가되기 쉽지 않아” 당 일각 “제대로 해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노동 편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노동 편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중앙당사와 국회 본청에 대한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 후폭풍이 10일 여의도 정가를 덮쳤다. 민주당은 검찰 강제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종일 비판하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어막을 치는 데 주력했다. 비리 혐의를 받는 최측근과 ‘정치적 공동체’로 엮인 이 대표도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고 비난하듯 냉소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충분히 해명해야 할 때”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허무맹랑한 조작조사를 하려고 대장동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조작에도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검찰은) 국민과 역사를 속이는 것이 잠시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는 쉽지 않겠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곧바로 국회 본청을 떠났다. 지난달 24일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에 이은 당사 압수수색 당시 브리핑을 자처해 “침통한 심정”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던 것과는 온도차가 컸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오른쪽)이 10일 국회에서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 압수수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최고위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오른쪽)이 10일 국회에서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 압수수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 대표를 대신해 총대를 멘 것은 그의 측근이나 전·현직 지도부였다. 친이재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검찰 수사는 (이 대표 최측근인) 김 부원장,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그리고 이 대표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목적의 기획수사이자 공작수사”라며 “전날 자행된 압수수색도 그 일환에서 벌어진 정치공작쇼”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검찰 칼끝이 김 부원장과 정 실장으로 옮겨가는 것을 보면서 궁극적으로는 이 대표를 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나쁜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 정책보좌관 등을 지내며 비공개 정보를 민간사업자에게 흘려준 대가로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패방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이 대표가 정 실장과 ‘정치적 공동체’ 관계라는 점을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지,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다”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당 전체가 이 대표 엄호에 나선 모습이다.

검찰이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말을 아끼고, 당은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 이 대표 측근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동시에 청구했지만, 체포영장은 기각됐기 때문에 김 부원장 때처럼 이 대표가 직접 격한 반응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자신은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대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초선 의원은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라면 측근 수사 직후 직접 사과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일 것”이라며 “계속 부인한다고 국민들이 믿겠느냐. 해명하든 사과를 하든 이 대표가 직접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거나 김 부원장의 혐의가 더 드러나면 민주당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사람의 혐의에 대해 당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오직 이들의 혐의 부인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마치 도박장에서 판돈 올리듯이 당이 전면 부인하다가는 당이 여론 비판을 뒤집어쓸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이 9일 오후 국회 본청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9일 오후 국회 본청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민주당 대표 중 본인과 핵심 측근이 부정부패 혐의로 강제수사를 받는 일이 없었다는 점도 당내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보수정당보다 좀 더 나은 도덕성을 가졌다고 자신하던 민주당에서, 당의 얼굴인 대표와 주변인들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 통탄하는 당원들이 많다”며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가 본격화되면 공개 성토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말을 할수록 불리하다 보니 말을 아끼는 것”이라며 “최측근이 수사를 받는 입장이라면 국민 앞에서 사과라도 하는 것이 기본적인 정치인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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