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전문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로 2.4%를 제시했다. 앞선 기존 전망(3.6%)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치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민간의 빚 부담이 불어나고, 계속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
KIEP는 10일 2023년 세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을 3.1%, 내년은 2.4%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내년 전망치를 큰 폭으로 수정했다. KIEP는 “긴축과 파편화 속 경기 회복이 억눌렸다”며 “미국과 유로존,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매우 낮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기관의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변화.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특히 선진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려 왔던 점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각국이 재정을 풀어 유동성이 늘어났고, 이 때문에 물가 상승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선 재정 지출의 필요성이 커지는 중이지만, 이미 막대한 추가 지출로 재정 건전화에 대한 요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KIEP는 내년 미국 경제가 전년 대비 0.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5월에 내놓은 전망보다 1.6%포인트 하향 낮췄다. 미국의 계속된 물가와 금리 인상 부담에 따라 민간 경제활동이 부담을 받으면서다.
유로 지역은 0%, 영국은 -0.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KIEP는 유럽 경제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긴 여파에 시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유로존의 성장 둔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김흥종 KIEP 원장은 “한국은 수출이 중요한데 해외의 수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이 많이 소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EP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하지 않지만, 같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내년 한국이 1.8%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KIEP는 내년 주요국 금리와 관련 “선진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2023년 초까지 장기 국채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이후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세 완화 등으로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달러 대비 환율에 대해선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미국의 통화 긴축, 세계 경기 침체 우려 속 안전자산 선호,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달러화는 내년 상반기 중에도 강달러 기조를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신흥국 전망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내년 4.8%로 직전 전망 대비 0.5%포인트 낮춰 잡았다. 중국은 올해 3.4% 성장한 뒤 내년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러시아는 내년 -2.5%의 역성장을 전망했다. 당초 KIEP는 올해 러시아가 -9.5%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번 전망에서 -3.5%로 올해 전망치를 수정했다. 김 원장은 “러시아 경제가 오랜 기간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보니 제재에 대한 어떠한 내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처럼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된 국가와는 달리 회복력이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