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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답답" 호소 늘었다…혼잡 못 줄여도 공기 정화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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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3일 오후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 방향 열차가 퇴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정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다중밀집 안전예방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특별시, 광역시,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지하철 역사의 다중 밀집 인파사고 대책을 마련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 방향 열차가 퇴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정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다중밀집 안전예방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특별시, 광역시,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지하철 역사의 다중 밀집 인파사고 대책을 마련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공기 오염 시뮬레이션 사례. 현재 조건을 나타낸 것으로 객차 중앙 부분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100 ㎍/㎥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료:Toxics, 2022]

서울 지하철 공기 오염 시뮬레이션 사례. 현재 조건을 나타낸 것으로 객차 중앙 부분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100 ㎍/㎥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료:Toxics, 2022]

서울 이태원 참사 이후 복잡한 지하철에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당장 지하철 혼잡도를 줄일 수는 없지만, 객차 내에서 마시는 공기라도 깨끗하다면 답답함이 덜할 것도 같다.

현재 일부 역사 승강장에서는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1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넘는다.
한국환경공단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수유역 승강장의 지난해 연평균 오염도는 125.4㎍/㎥, 동대문역 승강장은 연평균치가 108.7㎍/㎥이었다.

바깥 공기, 즉 2021년 서울지역 대기의 미세먼지(PM10) 연평균치 38㎍/㎥의 3배 수준이다.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승강장 미세먼지는 지하철 객차 안으로 밀려든다.

지하철 객차 안에서도 출퇴근 시간대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90㎍/㎥를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서울시는 오는 2024년부터 지하철 객실 내 미세먼지(PM10) 농도를 35㎍/㎥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추진 중이다. 어떻게 하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한양대·철도연 연구팀 시뮬레이션

서울 지하철 5호선 객차의 공기 순환 구조. 유입구가 3곳에 나눠져 있고, 배출구는 객차 중앙에 설치돼 있다. [자료:toxics, 2022]

서울 지하철 5호선 객차의 공기 순환 구조. 유입구가 3곳에 나눠져 있고, 배출구는 객차 중앙에 설치돼 있다. [자료:toxics, 2022]

한양대 기계공학부 육세진 교수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팀은 서울 지하철 ○호선 객차를 대상으로 실내 미세먼지 오염도 개선 시뮬레이션을 진행, 그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 저널 '유독물질(Toxics)'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객차에 승객이 없을 때와 승객이 모두 다 자리에 앉은 경우(51명), 승객이 88명인 경우 등을 가정해 전체 환기량과 환기 방법, 필터의 미세먼지 제거 효율 등에 변화를 주고 객차 내 미세먼지 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살펴봤다.

지하철 객차의 여과 성능을 개선함에 따라 공기 오염이 어떻게 개선되는지를 보여준다. (a) 70%, (b) 80%, (c) 85%, (d) 90% 여과 성능. 색깔은 미세먼지(PM10) 농도를 나타낸다. [자료: Toxics, 2022]

지하철 객차의 여과 성능을 개선함에 따라 공기 오염이 어떻게 개선되는지를 보여준다. (a) 70%, (b) 80%, (c) 85%, (d) 90% 여과 성능. 색깔은 미세먼지(PM10) 농도를 나타낸다. [자료: Toxics, 2022]

연구팀은 객차 내 미세먼지 농도를 35㎍/㎥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합을 찾아냈다.

▶총 환기량을 현행 시간당 500㎥에서 700㎥로 높이고 ▶정화된 공기는 객차 천장 유입구 3곳에 20:20:60의 비율로 투입(중앙 쪽보다 끝부분에 더 많은 공기를 투입)하고 ▶필터의 제거 효율을 현행 70%에서 85%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터의 효율을 더 높이면 공기는 더 깨끗해지지만,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지하철 공기 오염 개선 방안, 여과 효율을 85%로 높이고, 유입구 공기 배분을 20:20:60으로 했을 때, 전체 t시간당 환기량을 (a) 500㎥ (b)600㎥ (c) 700㎥로 했을 때 객차 내 미세먼지 오염도. [자료: Toxics, 2022]

지하철 공기 오염 개선 방안, 여과 효율을 85%로 높이고, 유입구 공기 배분을 20:20:60으로 했을 때, 전체 t시간당 환기량을 (a) 500㎥ (b)600㎥ (c) 700㎥로 했을 때 객차 내 미세먼지 오염도. [자료: Toxics, 2022]

객차 중앙 부분 오염 가장 심해

지하철 객차에서도 중앙 부분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다. [자료: Toxics, 2022]

지하철 객차에서도 중앙 부분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다. [자료: Toxics, 2022]

논문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5호선 객차의 경우 객차 중앙 천장에 있는 4개의 배출구를 통해 오염된 공기를 뽑아내는데, 30%는 완전히 내보내고 70%는 재순환하게 된다.

배출한 30%는 터널에서 가져와서 채운다.

이에 따라 객차에서도 중앙 부분의 공기가 가장 나쁘고, 양쪽 끝이 가장 나은 편이다.
또, 사람 많으면 양쪽 유입구로 들어온 맑은 공기가 잘 확산이 안 돼 지하철 객차의 실내 공기 오염을 가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를 진행한 육 교수는 "정화한 공기를 객차 양 끝에 위치한 유입구를 통해서만 유입시키는 게 공기 질 개선 효과가 가장 크지만,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까지 고려하면 양쪽이 너무 차거나 더워지는 등 열 쾌적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적절하게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어커튼 이산화탄소 농도 높여 

에어커튼과 지하철 객차 공기오염. 왼쪽 그림은 에어커튼이나 집진장치를 설치한 객차에서 초미세먼지가 낮음을 보여준다. 오른쪽 그림은 에어커튼을 설치한 객차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 왼쪽과 오른쪽은 각각 다른 시점에 측정한 자료이다. 오른쪽의 파란 그래프는 승객 숫자를 의미한다. [자료: Toxics, 2022]

에어커튼과 지하철 객차 공기오염. 왼쪽 그림은 에어커튼이나 집진장치를 설치한 객차에서 초미세먼지가 낮음을 보여준다. 오른쪽 그림은 에어커튼을 설치한 객차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 왼쪽과 오른쪽은 각각 다른 시점에 측정한 자료이다. 오른쪽의 파란 그래프는 승객 숫자를 의미한다. [자료: Toxics, 2022]

플랫폼의 오염물질이 지하철 객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에어 커튼'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커튼은 주로 건물의 출입구 가장자리에 설치해 출입구 바깥 방향으로 공기를 내뿜어 열과 오염물질의 교환을 막는 데 사용되는데, 서울교통공사에서는 2021년부터 지하철 7호선의 일부 차량에 에어커튼을 설치해 시범 운용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박승부 교수팀은 '실내환경 및 냄새 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서울 지하철 7호선에서 측정한 결과를 제시했다.

논문에 따르면 일반 차량과 비교했을 때 에어커튼을 가동한 차량은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18% 낮았고, 집진 장치를 설치한 차량은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26% 낮았다.

7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환승 구간에서 역 직원들이 시민들에게 안전 동선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환승 구간에서 역 직원들이 시민들에게 안전 동선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1

또, 에어커튼과 집진장치를 동시에 가동한 경우 초미세먼지가 최대 42%까지 감소했다.

집진장치는 시간당 150㎥를 여과하는 장치를 객차 내에 4대 설치했다.

연구팀은 "에어커튼을 설치할 경우 객차 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다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에어커튼이 환기를 차단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객차 내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다른 유해물질이 빠져나가는 것도 방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객차의 환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흡착제나 활성탄 필터를 사용해 객차 내 이산화탄소와 각종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터널 먼지가 승강장으로 확산

지하철 공기오염 측정 장치. [중앙포토]

지하철 공기오염 측정 장치. [중앙포토]

지하철 내 미세먼지 오염은 지상에서 유입된 경우와 지하터널에서 발생한 경우 등으로 원인이 구분된다.

지하터널에서는 레일과 바퀴,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팬터그래프와 전선 사이의 마찰 마모 때문에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또, 지하철 열차가 일으키는 바람(열차 풍) 탓에 터널 내부의 미세먼지가 지속해서 다시 날리게 된다.

승강장 스크린도어는 터널 내부의 공기가 승강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지만,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그곳에 축적해 터널 내부의 미세먼지 농도를 높일 수 있다.

육 교수는 "지하철 터널과 승강장의 미세먼지가 객차 내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지하터널 등의 공기가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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