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조직」으로 출범채비|생활체육 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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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생활체육협의회가 체육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생활체육운동을 전개한 생활체육협의회가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거대한 조직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어 체육계의 큰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것.
생활체육협의회는 전국동호인들을 시-도 및 시·군·구 등 지역별로 규합하고 이들 지역협의회를 지원, 총괄할 중앙협의회를 서울에 두도록 되어 있는 생활체육의 총 본산이다.
생활체육협의회의 출범으로 전국의 체육조직은 엘리트체육을 담당할 기존의 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떠맡을 생활체육협의회로 이원화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생활체육협의회는 40개 종목에 걸친 동호인 조직 8천87개와 40여만 명에 육박하는 동호인들이 흡수돼 있다.
체육부는 서울올림픽이후 한국체육의 구도를 엘리트체육일변도에서 생활체육의 범행육성으로 바꾸면서 생활체육을 강력히 추진할 민간중심의 생활체육단체를 결성키로 해 올 들어 본격 착수했다.
이에 따라 체육부는 지난 4월부터 시·도 및 시·군·구별로 그 지역동호인들의 등록을 받아 생활체육협의회의 조직작업을 벌였다.
체육부는 지금까지 부산·인천·대전·충남·충북·전남·전북·경남·경북·강원·제주 등 11개 시·도에 생활체육협의회의 조직과 회장 등 인선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서울·대구·광주·경기 등 4개 시-도에 대해서도 오는 15일까지 조직 결성을 끝내기로 하고, 협의회장 등 막바지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일각에서는 생활체육협의회가 과거 새마을 체육회와 같이 성격이 변질되어 행정부나 권력층의 하부조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데다 기존 체육계조직의 와해나 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반면 체육부는 체육계의 이같은 반응을 일종의 영역독립의식에서 나온 비현실적 가세라고 일축, 생활체육협의회 구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생활체육협의회는 정부에 의해 탄생되고 지원 받는 민간단체로서 앞으로 지역사회운동의 주요한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 틀림없어 그 활동방향이 사회적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체육부도 이 협의회를 범국민적 체육생활화운동의 핵심 추진 체로 삼기로 했으며, 협의회를 통해 퇴폐·향락·무질서 추방과 청소년 약물중독 등 비행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새 질서·새 생활운동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체육부는 협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대폭 강화시켰다.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 오던 공공체육시설의 운영을 그 지역 협의회에 맡겨 각종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으로 심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는 종래 지방자치단체가 체육시설을 폐쇄적으로 운영해 온 악폐에 대한 개선책이기도 하다.
또 시·도 및 시·군·구 단위로 운영중인 전국 1백27개소의 생활체육교실도 지역협의회가 주관해 운영토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각종 생활체육프로그램과 생활체육지도자양성도 협의회가 맡는다.
생활체육협의회는 순수한 민간단체이므로 운영비를 회원들의 회비와 출연으로 조달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조직결성이 끝난 11개 시-도의 협의 장은 그 지역에서 기업체나 병원 등을 운영, 재력이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첫 시-도 협의회장에 선임된 인사는 부산 정현옥(49·삼양석유대표), 인천 이상호(60·경기은행장), 대전 박연룡(69·유성병원 이사장), 충남 김용철(46·미림건설 대표), 충북 정진택(43·진흥개발 대표), 전남 이윤채(56·하남건설 대표), 경남 신태구(47·명진화학 대표), 경북 이용득(53·국제토건 대표), 강원 권재희(55·운수업), 전북 이장승(45·우성주택 대표)씨 등이다.
관심의 초점은 그러나 지역협의회를 총괄할 중앙협의회장. 그의 역량에 따라 생활체육협의회의 진로가 좌우될 수 있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협의회장은 막강한 조직력을 배경으로「권한」을 행사, 체육계에서 대한체육회장보다 더 영향력 있는 자리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달 말 15개 시-도 협의회장에 의해 호선될 중앙협의회장 자리를 놓고 벌써 「감투전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누가 초대 회장이 될 것인가가 관심사다.
체육부는 초대회장에 전직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출신을 배제하고 재력 있는 경영자 등 전국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참신한 인물이 선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3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국을 운영할 중앙협의회는 현재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건물 2층에 50평의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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