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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행동할 때 실패 두려워 말라”…CJ 탄생의 숨은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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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 손복남 CJ 고문

고 손복남 CJ 고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사진) CJ 고문이 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89세. 이날은 CJ그룹(창업 당시 제일제당)의 창립 69주년이 되는 날이다.

고인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1956년 결혼하면서 삼성가와 인연을 맺었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고 손영기씨의 장녀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누나다. 이재현 CJ 회장과 이미경 CJ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3남매를 뒀다.

재계 관계자는 “고인은 총명한 머리와 곧은 심성으로 일찌감치 이병철 선대회장의 총애를 받았다”며 “이 선대회장은 집안 대소사를 꼭 맏며느리인 고인과 상의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1970년대 중반부터 이병철 회장 부부를 모시며 3남매를 키웠다. 특히 장남인 이 회장에게 엄격했다. 실력과 인성 면에서 손색없는 경영자로 키우려는 일념에 “항상 겸손해라.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라. 일 처리에 치밀하되 행동할 때는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CJ 관계자는 “이병철 선대회장이 장손인 이재현 회장을 유달리 사랑하고 신뢰한 근저에는 고인의 이런 노력이 있었다”며 “고인이 있었기에 이 회장이 제일제당을 물려받게 됐고 이는 CJ그룹 출범의 근간이 됐다”고 말했다.

고인은 제일제당이 도약하는 기점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CJ가 문화사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 미국 드림웍스 지분 투자(1995년) 당시 손 고문은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집으로 초청해 직접 음식을 대접하며 성공적 협력 관계가 이뤄지도록 이끌었다.

2010년대 초반 글로벌 한식 브랜드 이름을 ‘비비고’로 정할 때도 “외국인들도 부르기 좋고 쉽게 각인되는 이름”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CJ가 ‘K푸드’ 확산을 꿈꾸며 2017년 개관한 연구개발(R&D) 허브 CJ블로썸파크를 구상할 때는 이재현 회장과 함께 후보지를 둘러보며 주변 인프라와 시너지가 예상되는 현재의 경기도 광교를 지목했다. 이 회장은 손 고문을 “CJ그룹 탄생의 숨은 주역”이라며 “내가 경영자로 자리 잡는데 든든한 후원자셨다”고 했다. 빈소는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 마련됐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6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홍정도 중앙홀딩스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김윤 삼양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빈소를 찾았다. 발인은 8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경기도 여주시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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