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계의 새 물결] '디지털정보 공유' 새로운 흐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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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디지털 시대의 지식인은 지식의 사회적 공유라는, 그리고 지식 공유를 통한 집단 지성의 발현이라는 새로운 실천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디지털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실천을 강조하는 입장으로는 레비의 '집단지성'론,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식상호 교환 네트워크 운동(MRERS.Mouvement des Reseaux d'Echanges Reciproques de Savoirs)'이나 미국의 레식이 전개하는 '디지털 공유'(digital commons)운동을 꼽을 수 있다.

MRERS는 에베르-쉬프랭이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며 상호 보완적이고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이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걸면서 시작한 운동이다.

이것은 정보사회에서 펼쳐지는 디지털 문맹 퇴치운동이자 지식 공유운동이다. 한편 '디지털 공유 운동'은 지적 재산권을 내건 배타적 독점에 반대하면서 지식의 공유와 나눔을 실천하는 흐름이다.

지식교환의 상호 보완성은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의 역할 전환에 따른 의식화이자 경험의 공유이다. 이는 브라질의 유명한 문맹 퇴치운동가이자 교육학자였던 프레이리의 교육관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 발화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관제 '신지식인 운동'의 천박성과 비교해 볼 때 이러한 지식 공유운동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펼쳐야 할 시민운동이 아닌가 싶다.

'디지털 공유'의 문제의식은 GNU 창시자로 유명한 리처드 스톨만의 프리소프트웨어 재단(FSF)을 중심으로 하는 오픈 소스 운동에서 출발하였다.

현재는 지적 재산권의 확대 적용으로 인하여 소프트웨어 소스보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참여에 바탕을 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나눔, 열린 지식체제의 형성, 지적 재산권 관련 법률의 확산과 공격에 대항하는 시민운동의 활성화 여하에 따라 향후 디지털 사회의 모양새가 만들어질 것이다.

백욱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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