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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군 키움의 ‘핏빛 투혼’…5차전이 분수령 됐다

중앙일보

입력

키움 안우진(오른쪽)이 1일 SS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도중 물집 출혈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키움 안우진(오른쪽)이 1일 SS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도중 물집 출혈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선발투수의 흰색 유니폼에도, 마무리의 새하얀 바지에도 붉은 핏자국이 선명했다. 치열하게 전개된 가을야구라는 드라마는 이제 종착역을 향해 마지막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가 맞붙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극 갈등의 최고조를 뜻하는 클라이맥스처럼 결말을 점치기 어려울 정도다. 중심에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계속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키움이 있다.

키움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4차전에서 SSG를 6-3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균형의 추를 2승2패로 맞추면서 KS를 최소 6차전까지 끌고 갔다. 키움과 SSG는 장소를 다시 인천 SSG랜더스필드로 옮겨 맞붙는다. 운명이 걸린 5~7차전은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연속 열린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3위로 마친 키움은 승차 없는 4위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가을야구 레이스를 시작했다. 박빙의 싸움이었다. 전력 차이가 크지 않았던 만큼 쉽게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5차전에서야 웃을 수 있었다.

준PO에서부터 끝장승부를 본 키움은 플레이오프(PO)에서도 총력전을 벌였다. 전력상 우위를 지닌 LG 트윈스를 맞아 경기마다 배수의 진을 쳤다. 1차전에서만 타일러 애플러가 부진해 3-6으로 졌을 뿐, 나머지 게임에선 특유의 불펜진 벌떼야구를 가동해 3연승을 거뒀다.

준PO와 PO를 통틀어 9경기를 치른 키움은 마지막 상대인 SSG를 만났다. 전문가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SSG의 우세를 점쳤다. 키움과 비교해 전력이 뛰어나고, 3주 넘은 휴식을 취했다는 점을 감안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키움은 이번에도 내일이 없는 야구로 SSG를 압박했다. 선수들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과거의 실패(2014·2019년 준우승)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안우진의 오른쪽 중지에서 피가 나는 장면. 연합뉴스

안우진의 오른쪽 중지에서 피가 나는 장면. 연합뉴스

빼놓을 수 없는 장면도 있었다. 바로 ‘핏빛 투혼’이다. 먼저 1차전. 선발투수로 나온 안우진이 등판 도중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른손 중지에서 피가 나면서였다. 이미 2회부터 이를 인지하고 있던 안우진은 결국 3회 출혈이 심해지자 트레이너를 불렀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새하얀 바지에는 붉은 핏자국이 선명했다.

4차전에서도 선혈 투혼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마무리 김재웅이었다. 연일 결정적 호투는 물론 PO 3차전에서의 몸을 던지는 다이빙 수비로 가을야구 스타가 된 김재웅은 6-1로 앞선 7회 1사 만루에서 등판했다. 비록 최정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들을 범타 처리해 급한 불을 껐다. 이어 8회에도 올라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냈다.

그러나 물집 출혈이 발목을 잡았다.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손가락에서 피가 났고, 결국 2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최원태에게 넘겨줬다. 안우진과 마찬가지로 김재웅읜 흰색 유니폼은 피를 닦은 흔적으로 가득했다.

키움 김재웅이 5일 SSG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뉴스1

키움 김재웅이 5일 SSG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뉴스1

야구팬들이라면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우완투수 커트 실링의 핏빛 투혼을 잊지 못한다. 당시 실링은 발목에서 피가 나는 와중에도 마운드를 지키면서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베이브 루스의 뉴욕 양키스 이적 후 80년 넘게 지속된 밤비노의 저주를 깬 우승이라 당시 실링의 피 묻은 양말 사진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정신력으로 무장한 키움이 과연 남은 KS에서도 반전 드라마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안방으로 돌아온 SSG가 전력 우위를 앞세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분수령이 될 키움과 SSG의 5차전 선발투수는 1차전과 같은 안우진과 김광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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