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서 본 친구 잃었다"…이태원 참사 분향소 찾은 20대들 [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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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생복지관 앞에 차려진 합동분향소. 황은지·김민수 인턴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생복지관 앞에 차려진 합동분향소. 황은지·김민수 인턴

저희 또래의 많은 친구들이 하늘의 별이 돼서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생복지관 앞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홍은지(20)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양대는 이태원 참사로 한국인 재학생 1명과 외국인 유학생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홍씨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로 닷새째 되는 날이었지만 추모 행렬은 이어졌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6명 중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중앙일보는 유년 시절 겪었던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이번 이태원 참사로 또다시 친구들을 떠나보낸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0대들 “내 친구였을 수도 있는 사람들”

학생들이 분향소에 추모를 하러 들른 이유는 제각각이었습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빈소에 따로 준비해 온 꽃다발을 내려 둔 대학원생 김수현(26)씨는 “내 친구였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 이런 사건을 겪고 소천(召天)해서 굉장히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유준(23)씨는 유학생 피해자와 매주 수요일 같은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씨는 “한국에 왔으니 뭘 하고 싶은지, 공부는 괜찮은지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떠올렸습니다.

두 명의 외국인 희생자가 나온 만큼 빈소를 찾는 유학생들의 뒷모습이 가끔씩 눈에 띄었습니다. 스웨덴 출신으로 2019년부터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마틸다 헨릭슨(25)씨는 “사고 전날 이태원에 나도 있었다. 그 친구들이 그렇게 황망하게 죽어서는 안 됐다”며 같은 유학생으로서 안타까움을 내비쳤습니다.

참사의 아픔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남았습니다. 권대민(24)씨의 친구들은 참사 당일 현장을 목격하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권씨는 “(친구들이) 많이 울고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식사도 못할 정도로 많이 힘들어하는데 내가 힘이 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비통한 세월호 세대 “정부는 반성의 기미가 없다”

8년 전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조민경(21)씨는 “세월호 참사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며 “그 사건은 선장의 문제였지만 이번 참사는 아무의 탓도 할 수 없는 일이라 더욱 더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새내기 대학생이 된 전재연(19)씨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사고라는 점에서 세월호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20대 추모객들은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성준(20)씨는 “우리 사회가 안전에 대해서 제도적으로도 정비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이런 큰 행사를 할 때 관리를 하는 주체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여민씨도 “‘참사’ 대신 ‘사건’이라는 말을 쓰면서 무마하려는 게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데 정부는 반성의 기미가 없는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밀실은 ‘중앙일보 밀레니얼 실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 2030 기자들이 밀도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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